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3월 모의고사 이후 수능까지는 대략 8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수능 공부에서 8개월은 천지가 개벽하고도 남을 정도로 긴 시간입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3월 모의고사 이후 8개월이 진짜 실력 판가름
3월 모의고사는 고등학교 3학년 진급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전국단위 시험입니다. 수험생들은 “3모가 곧 수능 성적이라는 게 진짜예요?” “3모에서 이런 성적이 나왔으니 저는 수시보다 정시가 유리하겠죠?” 등 3모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은 학생이 3모에서 자기 실력이 철저히 검증됐다고 믿고, 그 성적이 수능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지레짐작합니다. 3모를 잘 본 학생은 스스로를 과신하고, 망친 학생은 주눅이 들어 수능 공부를 놓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정말 3모가 미래의 수능 성적을 가늠케 하는 막강한 지표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3모는 수능과 거리가 먼 모의고사입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로는 ‘시간적 거리’를 꼽을 수 있습니다. 3모 이후 수능까지는 대략 8개월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수능 공부에서 8개월은 천지가 개벽하고도 남을 정도로 긴 시간입니다. 현행 수능 기조는 시험 범위를 축소해 암기량을 줄이고 문제의 난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본 개념조차 잡히지 않은 이른바 ‘노베이스’ 학생일지라도 8개월이면 수능 전 범위 개념을 훑어볼 수 있습니다. 기본 개념을 이미 잡았다면 고난도 문제, 이른바 ‘킬러 문항’에 대비해야 하는데, 킬러 대비의 핵심은 최대한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정보력만 뒷받침된다면 8개월은 거의 모든 유형의 문제를 접해볼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시간입니다.

‘응시표본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교육청이 주관하는 3모는 평가원 주관인 수능과 달리 졸업생(n수생)이 응시하지 않는 시험입니다. n수생의 평균 성적이 재학생보다 좋은 건 당연한 사실이죠. n수생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3모 응시표본보다는 수능 응시표본의 실력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봐야 합니다. 3모에서 1등급을 받아도 n수생이 대거 포함된 수능에서는 2등급 이하로 밀려나기 쉽습니다. 수능은 상대평가니까요.

고3 수험생은 3모 성적이 수능까지 이어질 거라는 안일한 믿음 또는 헛된 걱정을 버려야 합니다. 3모와 수능은 아예 다른 시험입니다. 만약 3월의 실력을 수능까지 발전 없이 유지만 한다면 상대평가 체제에서 n수생에게 밀려 성적이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이라면 8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실력이 정체돼 있지 않을 것이고, n수생 유입이라는 걸림돌을 뛰어넘는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3모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 안일한 마음을 품었다면 다시금 각성해 텐션을 올리고, 3모를 망쳐 좌절했다면 훌훌 털고 새로운 마음으로 정진하길 바랍니다.

박준영 대전대 한의예과 20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