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良藥苦口 (양약고구)
▶한자풀이
良: 좋을 양
藥: 약 약
苦: 쓸 고
口: 입 구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으로
바른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의미
- <사기(史記)>

천하를 통일한 시황제가 죽자 진(秦)나라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서슬 퍼런 철권통치에 시달린 백성들이 각지에서 진나라 타도를 외치며 봉기를 일으켰고, 그런 민심에 편승한 군웅들이 국토를 분할해 세력 경쟁을 벌였다.

그중 대표적 인물이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다. 2세 황제 원년인 기원전 209년에 군사를 일으킨 유방(훗날 한고조)은 3년 만에 경쟁자 항우보다 한 걸음 먼저 진나라 서울인 함양(咸陽)에 입성했다. 3세 황제 자영에게서 항복을 받아낸 유방이 대궐에 들어가 보니 방마다 호화찬란한 재물이 가득하고 꽃 같은 궁녀도 셀 수 없이 많았다. 유방은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했으므로 대궐에 머물려고 했다. 그러자 부하인 번쾌(樊)가 쓴소리를 했다.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고 천하가 진정한 영웅을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 주저앉아 한때의 쾌락을 즐기려 하십니까? 모든 것을 봉인(封印)하고 교외의 군진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유방의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지혜로운 참모 장량(張良)은 번쾌를 거들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진나라 폭정에 대한 백성들의 원한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전하께서 진나라 임금이 누리던 것을 일시적이나마 탐했다는 소문이 세상에 알려지면 백성들이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동에는 이롭고, 양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다’고 했습니다. 번쾌의 충언을 받아들이십시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비로소 자기 생각이 부족했음을 깨달은 유방은 대궐에서 나와 군진이 있는 패상으로 돌아갔다. <사기(史記)> 등에 전해오는 이야기로, 양약고구(良藥苦口)는 명약이 입에는 쓰지만 몸에는 좋은 것처럼 바른말도 귀에는 거슬리지만 처신에는 약이 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