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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택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그래픽=신택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우리는 물품보관소에 귀중품을 맡길 때 보관료를 냅니다. 반대 상황도 있을까요? 물건을 맡기는 사람이 거꾸로 돈을 받는 경우 말입니다.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돈을 받습니다. 이자라는 것이죠. 은행은 돈을 맡아주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왜 보관료를 안 받을까요? 이유는 은행의 역할에서 비롯됩니다.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된 돈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곳입니다. 1000원 맡기는 사람(예금자)에게 10원의 이자를 주고, 빌려가는 사람(대출자)에게 이자 15원을 받아 5원을 남기는 식이죠.

이것이 바로 이자 수익, 즉 예대마진이라는 겁니다. ‘예대마진=대출이자(여신이자)-예금이자(수신이자)’이죠. 요즘 이 예대마진이 논란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은행들의 예대마진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은행들이 자기 돈도 아닌 남의 돈으로 이자 장사를 해서 직원들에게 엄청난 보너스·퇴직금을 준다는 겁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이 거둔 이자수익은 50조원에 달합니다.

최근 대통령이 나섰습니다. 금리가 올라서 대출자들이 이자 내기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이자수익으로 돈 잔치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반 기업들은 돈 많이 번 것을 자랑하는데 은행들은 전전긍긍합니다. 돈으로 돈(이자)을 버는 걸 죄악시했던 조상들의 생각이 맞는 걸까요? 아니면 은행도 할 말이 있는 걸까요?은행은 예금자와 대출자를 이어주는 존재…3자가 만족하는 교집합은 어디쯤일까요?
[커버스토리] 예금과 대출의 차이…'예대마진'이 문제?
여기 김씨, 박씨, 이씨가 있습니다. 김씨는 여윳돈을 은행에 예금하려는 사람입니다. 박씨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려는 사람이고, 이씨는 은행에서 예금과 대출 업무를 관장하는 임원입니다. 세 사람의 이해관계는 다릅니다. 김씨는 이자를 많이 주는 은행을 좋아하고, 박씨는 싼 이자로 대출받으려 합니다. 이씨는 예금이자를 주고도 이익이 남도록 대출이자를 더 받으려 합니다. 세 사람이 모두 만족하는 교집합은 어디쯤일까요? 수학적으로 답을 구하기 어렵습니다.

은행의 기본 업무는 김씨와 박씨를 만나게 해주는 겁니다. 은행이 없다면 김씨와 박씨는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럴 겁니다. 김씨는 돈을 빌리려는 사람을 직접 찾아다닙니다. 집집마다 다니면서 “돈 필요하세요?”라고 물어야 하죠. 욕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박씨 역시 이집 저집 다니면서 “돈 좀 빌려주세요”라고 호소해야 할 겁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생각했습니다. “돈을 맡아주고, 빌려주는 곳을 만들자.” 그랬더니 예금자와 대출자가 이곳에서 쉽게 만났습니다. 예금하면 이자를 주고 대출하면 이자를 받고. 이런 곳이 점점 더 생겼고 우리가 은행이라고 부르는 기업으로 진화했습니다.

여기 또 다른 세 명이 있습니다. A씨는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입니다. B씨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사업가이고, C씨는 빌린 돈을 떼먹은 적이 있는 신용불량자입니다. 은행은 신용이 다른 A, B, C씨에게 다른 대출이자를 적용합니다. 은행은 대출이자를 정할 때 신용을 가장 중시합니다. 신용도가 높은 사람에겐 돈을 빌려줘도 떼일 염려가 적기 때문에 낮은 이자를 받고,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겐 돈을 빌려줬다가 못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 위험성을 반영해 높은 이자를 물립니다.

은행도 기업이어서 흑자를 내야 생존할 수 있답니다. 돈을 벌어야 월급도 주고 시스템 투자도 할 수 있어요.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망하듯, 적자를 보는 은행은 망할 겁니다. 한 은행이 망하면 불안감이 다른 은행으로 번져서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인출해가려는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어요.

흑자를 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대표적인 게 예대마진입니다. 예대마진은 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이자 수익을 말합니다. 예금자에게 주는 이자보다 대출자에게 받는 이자가 많으면 이익이 나는 거죠. 우리나라에선 예대마진이 가장 큰 수익원입니다.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2022년 50조원가량의 예대마진을 올렸습니다. 전체 수익의 70% 정도라네요. 비(非)이자 수익(유가증권 매매 수수료·자산운용 수익 등) 사업도 있죠.

은행이 대출·예금 업무만 하는 곳은 아닙니다. 은행 종류도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민간은행, 저축은행 등으로 다양하고, 업무도 성격에 따라 다채롭습니다. 일일이 설명하기는 지면이 좁네요. 제1금융권(일반은행+특수은행), 제2금융권(저축은행+새마을금고 등), 제3금융권(사채+대부업체)이라는 용어도 있습니다.

은행은 굴릴 자금을 두 가지 방법으로 마련합니다. 하나는 예금을 많이 유치하는 겁니다. 예금이자를 다른 은행보다 많이 주면 돈이 몰릴 겁니다. 은행채를 적정 금리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죠.

우리나라엔 5대 은행 쏠림 현상이 있습니다. 전체 금융회사에 들어오는 예금의 74%, 대출의 63%가량을 5대 은행이 차지합니다. ‘과점’ 논란이 나오는 이유죠. 예금자들이 5대 은행에 몰리는 것은 아무래도 큰 은행의 안전성을 보고 돈을 많이 맡기고, 대출이자가 상대적으로 낮으니까 돈을 많이 빌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2금융권, 3금융권으로 갑니다.

은행들도 서비스 경쟁을 합니다. 예금이자와 대출이자를 조정해 고객을 유치하죠. 기술 변화에 맞춰 모바일뱅킹 투자를 늘리기도 합니다. 토스뱅크 카카오뱅크 등 정보기술력을 앞세운 금융기업이 들어오면서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지요. 은행은 설립할 때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있고,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일반 기업보다 정부 감시를 많이 받습니다. 은행이 위험해지면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기 때문인데요. 금융당국은 감독이라고 말하고, 은행들은 기업 간섭이라고 합니다. NIE 포인트1. 예금자, 대출자, 은행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다른지 토론해보자.

2. 은행이 하는 주요 업무의 종류를 찾아보자.

3. 은행이 대출자의 신용을 중시하는 이유를 알아보자.아리스토텔레스 "돈이 이자를 낳으면 안 돼요"…"은행이 없었다면 기업·산업 성장하지 못했죠"은행들이 요즘 욕을 많이 먹고 있습니다. 서민들은 대출이자 갚느라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이자 장사’로 번 돈을 성과급으로 나눠 갖는다는 비판입니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돈 잔치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은행도 민간기업이고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남기는 게 당연한데 이자 수익을 너무 죄악시한다”는 거죠.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이자를 ‘극혐’한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는 돈이 돈(이자)을 낳는 것을 정말로 싫어했습니다. 그가 주장한 ‘화폐 불임설(doctrine of the sterility of money)’은 그래서 유명합니다. “동식물은 자연스럽게 번식할 수 있지만, 화폐가 새끼를 치는 것은 비자연스러운 것이다.” 여기서 새끼는 이자를 말합니다.

중세 성직자들도 비슷하게 생각했습니다. 1139년 라테란 종교회의 포고령은 아무리 이자율이 낮다고 해도 빌려준 돈에 이자를 물리는 행위 자체를 부도덕한 일로 간주했고, 교회가 고리대금업자를 파면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파면당한 사람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누가 죽여도 하소연할 수 없었습니다.

위대한 문학 작품에서도 이자는 죄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는 그 선봉에 선 작가였습니다. 그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하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최악의 악마로 그려졌습니다. 유대인인 샤일록은 재산을 탕진한 뒤 돈이 필요했던 친구 바사니오의 부탁을 받고 돈을 빌리러 온 안토니오에게 끔찍한 제안을 합니다. 안토니오를 몹시 싫어했던 샤일록은 대출해주면서 “돈을 기한 내 갚지 못할 경우 안토니오 가슴살 1파운드를 떼겠다”고 했죠. 이자를 받는 대금업을 천시한 당대 유럽 경제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도 <죄와 벌>에서 선이자를 떼고 물건을 맡아주는 전당포 주인을 탐욕스러운 인물로 그렸습니다. 주인공 라스콜니코프가 살해한 전당포 노파 알료나를 돈만 밝히는 노파로 묘사했죠.

이자를 죄악시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위대한 착각’은 대항해 시대와 네덜란드 무역, 영국 금융 시대, 미국 월가 전성기를 거치면서 완전히 바뀝니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금융업 덕분에 도래하기 시작한 거죠. 먼 곳을 항해하려는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전혀 모르는 이방인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대부해주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가능성을 보고 대출해줬어요. 빌려주는 측은 돈을 떼일 위험(리스크)을 감수해야 했으므로 조건에 따라 이자율과 이면 조건을 다르게 책정했습니다. 돈줄을 움직였던 메디치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JP모건 가문은 오늘날 은행이 하는 업무를 거의 다 하게 됐습니다.

당대 선진국이었던 영국은 이런 금융업을 키워서 세계 금융의 허브가 됐죠. 이것이 훗날 미국으로 건너가 월스트리트가 생겼습니다. 은행들은 개인과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산업을 키우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일조했습니다. ‘금융 크기=국가 크기’가 성립했습니다.

어느 나라 은행이든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 창출 창구로 삼습니다. 작년 예대마진이 늘어난 이유를 국내 은행들은 고금리 기조와 예금금리 인하 압력에서 찾습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코픽스+은행별 가산금리’로 정해집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여덟 차례나 인상했고, 8개 은행의 평균 자금조달 금리인 코픽스도 올랐습니다. 은행들이 결정하는 가산금리도 불경기와 대출 회수 어려움 등으로 올랐다는 겁니다. 반면에 예금금리는 높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5대 은행들이 연 5%의 고금리 예금상품을 내놨는데 금융당국의 지시로 없앴다고 합니다. 제1금융권 은행들이 예금이자를 높이면 제2금융권의 자금이 빠져나가 위기가 생긴다고 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예대마진 폭이 커졌다는 것이 은행들의 해명입니다. 대출받은 사람들은 “대출이자를 내릴 여력이 많다”고 합니다. 은행 이자는 예나 지금이나 논란 대상입니다. NIE 포인트1. 화폐 불임설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비판해보자.

2.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을 읽고 독후감을 써보자.

3. 메디치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JP모건 가문에 대해 알아보자.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