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楊布之狗 (양포지구)
▶ 한자풀이
楊: 버들 양
布: 베 포
之: 갈 지
狗: 개 구


'양포라는 사람의 집 개'라는 뜻으로
겉이 달라졌다고 속도 바뀐 것으로 여김
-<한비자(韓非子)>

전국 시대 중엽의 사상가 양주(楊朱)와 묵자(墨子)는 생각이 극으로 달랐다. 양주는 남을 위하는 부질없는 짓을 버리고 각자가 자신만을 위해 살면 천하가 태평성대를 누린다고 주장한 반면 묵자는 모든 사람을 친부모 친형제처럼 사랑하라는 겸애설을 주창했다. 맹자는 “양자는 나만을 위하니 아비가 없고 묵자는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니 임금이 없다”며 양자와 묵자 두 사람을 동시에 비판했다. 맹자는 또 “아비가 없고 임금이 없으면 이는 곧 날짐승과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법가 사상을 주창한 한비(韓非)는 양주의 생각을 꼬집고 자신의 논리를 펴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지어냈다.

양주의 아우 양포(楊布)가 아침에는 흰옷을 입고 나갔는데, 돌아올 때는 비가 오는 바람에 검정 옷으로 갈아입고 왔다. 낯선 사람으로 여긴 집안의 개가 마구 짖어대자 양포가 화가 나 지팡이로 개를 때리려 했다. 양주가 아우를 타일렀다. “개를 탓하지 마라. 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일 너의 개가 조금 전에 희게 하고 나갔다가 까맣게 해 가지고 들어오면 너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느냐?”

양포지구(楊布之狗)는 ‘양포라는 사람의 개’라는 뜻으로 겉이 달라진 것을 보고 속까지 바뀐 것으로 여기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한비자는 교언영색 너머에 있는 신하의 진짜 속내를 꿰뚫어보는 게 군주의 덕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 이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았나 싶다. 한비자는 군주가 속내를 숨겨야 신하의 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군주가 속마음을 드러내면 신하들이 군주의 비위를 맞추는 언행을 하기 때문에 진짜 생각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혜안(慧眼)은 반짝이는 껍질에 혹하지 않고 안을 들여다보는 눈이다. 겉은 자주 속인다. 공자는 “말을 번지르르하게 하고 얼굴빛을 꾸미는 사람 중에는 인(仁)한 자가 드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