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21)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테샛 공부합시다] 기업은 자기 잠식을 극복하고 새 시장 개척해야
거리를 걷다 보면 달라진 형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폴더블폰’입니다. 기존 바(막대)형의 스마트폰에서 상하 또는 좌우로 접었다 펼칠 수 있다는 점이 폴더블폰의 가장 큰 특징이죠. 이 시장을 개척한 기업은 삼성전자입니다. 어떻게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하게 된 것일까요?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폰폴더블폰이 나타나기 전에는 갤럭시 ‘S’와 ‘노트’ 시리즈가 삼성 스마트폰의 주력 상품이었습니다. 특히 노트는 큰 화면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노트펜’이 내장돼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얻었죠. 삼성은 기술력을 발전시켜 2019년 폴더블폰을 출시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폴더블폰과 노트 시리즈 시장이 겹치게 된 것입니다. 특히 좌우로 접었다 펼칠 수 있던 ‘폴드폰’은 더 큰 화면으로 노트 시리즈를 위협하는 요인이 되었지요. 앞으로 폴드폰에 펜까지 탑재하거나 활용할 수 있다면 노트 시리즈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실제 2020년을 마지막으로 노트 시리즈는 더 이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또 갤럭시폴드3부터는 펜이 내장되진 않았지만 별도의 펜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갤럭시S 울트라 시리즈에는 펜이 내장되었습니다. 삼성은 이런 과정을 통해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 잠식)’을 방지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었습니다. 카니벌라이제이션이란 새로 내놓는 제품이 기존 자사 주력 상품의 고객을 빼앗아가는 현상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어원은 Cannibalism, ‘동족을 잡아먹는다’는 의미로 자기 잠식, 제 살 깎기를 의미하지요. 기존 경영전략을 유지했다면?앞서 언급한 노트는 폴더블폰의 등장으로 카니벌라이제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죠. 그래서 삼성은 노트 시리즈를 단종하고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갤럭시S 시리즈와 폴더블폰인 갤럭시Z 시리즈로 라인업을 정리했습니다. 노트 제품군을 그대로 둔다면 서로 제 살 깎기 경쟁을 하게 되고, 오히려 매출이나 점유율의 하락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폴더블폰은 이전 스마트폰과 달리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었기 때문에 점유율이 확대될수록 수익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만약 삼성이 카니벌라이제이션이 두려워 기존 라인업을 유지하려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아마 새로 진입하는 경쟁 기업들에 밀렸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중국의 여러 기업이 비슷한 제품을 출시했지요. 하지만 삼성은 카니벌라이제이션을 두려워하기보다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점해 지난해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82%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었다고 하지만 또 다른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것입니다. 지난 1월 CES에서 삼성은 접을 수도 있고, 옆으로 늘릴 수도 있는 디스플레이(사진)를 공개했습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스마트폰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겠지요?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