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쇼크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사옥.  한경DB
삼성전자가 실적을 발표한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사옥. 한경DB
세계적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나란히 어닝 쇼크에 빠졌다. 한국 전자업계의 양대산맥인 두 회사 실적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산업계에 본격적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닝 쇼크란 기업 실적이 시장의 추정치에 훨씬 못 미쳐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리는 상황을 뜻한다. 반대로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올리면 투자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는 의미에서 어닝 서프라이즈라 한다. 삼성·LG전자 필두로… ‘어닝 시즌’ 개막지난 6일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3조8000억원)보다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1개월 동안 증권사들은 이 회사 영업이익이 평균 54.9% 감소한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상황이 짐작보다 훨씬 나빴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회사 측은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655억원으로 전년 동기(7453억원)에 비해 91.2% 줄었다고 공시했다. 역시 증권업계가 추정한 감소 폭(평균 52.8%)을 훌쩍 뛰어넘었다. LG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8년 4분기(75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은 1년에 네 번 실적을 발표한다.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을 비롯한 주요 경영 지표가 투자자에 공개된다. 상장사들의 실적 공개가 집중되는 시기를 어닝 시즌(earning season)이라 부른다. 지금은 기업들이 작년 4분기 성적표를 줄줄이 내놓는 기간이다.

삼성전자는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대표 기업이어서 어닝 시즌마다 가장 크게 주목받는 회사다. 때때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보여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초에는 1분기 실적 발표를 열흘 앞두고 “실적이 시장 기대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적도 있다. 어닝 쇼크로 인한 투자자의 혼란을 우려해 ‘너무 놀라지 말라’고 미리 자진 고백한 것이다. 실적 공개, 주가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경제신문 기자
대체로 어닝 쇼크는 주가에 악재로, 어닝 서프라이즈는 호재로 작용한다. 실적이 추정치와 비슷하게 나오면 주가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1.3% 올랐다.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량을 줄이는 감산(減産)에 들어가고 설비 투자를 줄여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란 기대가 확산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