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영상물이 넘쳐나는 시대에 누가 책을 보나.’

이런 걱정이 넘쳐나지만 100만 부 넘게 팔린 밀리언셀러가 매년 나오고 있다. 2010년대 출간한 책 가운데 열한 권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고, 2020년대 들어 <달러구트 꿈 백화점>과 <불편한 편의점>이 100만 부를 돌파했다.

전염병에 경제난까지 겹친 데다 대립과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유쾌하지 않은 제목의 <불편한 편의점>이 각광받은 이유는 뭘까. <불편한 편의점> 1권은 2021년 4월, 2권은 2022년 8월 출간됐다. 1권은 코로나로 모든 게 불투명하던 상황에, 2권은 실외마스크 해제가 일부 시행돼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나왔다. 등장인물들도 삶의 고난에다 코로나라는 이중고를 겪지만 따뜻함과 신뢰로 고난과 불편을 녹여낸다.

김호연 작가 역시 <불편한 편의점>의 등장인물들처럼 고초를 겪다가 이 소설로 확고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시나리오 작가, 만화 기획자, 출판 편집자 등 다양한 일을 하다가 2013년 <망원동 브라더스>로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으며 소설가가 되었다. 이후 발표한 몇 권의 소설과 산문집이 별다른 성과가 없어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불편한 편의점>으로 ‘ALWAYS 편의점’ 사람들처럼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긍정의 힘이 마구 발산되는 곳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불편한데 가고 싶은 편의점의 감동과 사랑
<불편한 편의점>은 1권과 2권에 각각 8개의 에피소드가 등장하고 각 장마다 중심인물이 바뀐다.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에 젖어들어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다 보면 어느새 가슴이 따뜻해지면서 긍정의 힘이 마구 발산된다.

서울역 근처 청파동에 위치한 소설 속 ‘ALWAYS 편의점’은 손님이 많지 않아 물건을 종류별로 다 들여놓지 못한다. 손님들은 사고 싶은 물건을 찾지 못해 불편하고, 아르바이트생은 불편해하는 손님들을 보며 마음이 편치 못하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한 염영숙 여사는 남편이 남긴 유산으로 편의점을 차린 뒤 직원들의 월급 챙겨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 자신은 교사 연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선한 영향력을 사방으로 뿜어대는 인물이다.

그런 염 여사였기에 서울역에서 자신의 가방을 찾아준 노숙자 독고를 야간 근무자로 받아들이는 파격을 감행한다. 알코올성 치매로 기억을 잃은 독고는 술 대신 옥수수수염차를 마시며 조금씩 회복돼 차츰 자신을 찾아간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와 독고에게서 영감을 얻는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인경의 연극에서 노숙자 역을 맡기로 한 근배, 취업에 계속 낙방하다 블랙 기업에 당할 뻔한 취준생 소진,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는 정육식당 최 사장 등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만투성이 민규의 변신불만투성이인 고등학생 민규도 등장한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빠와 환경미화원인 엄마는 늘 다투면서도 공부 잘하는 형 방에만 에어컨을 달아주며 편애한다. 아빠 닮아 안 똑똑하고 엄마 닮아 뚱뚱한 민규가 아빠의 술담배 셔틀과 엄마의 푸념을 피해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ALWAYS 편의점’을 아지트로 삼는다. 2+1 상품을 사서 아껴 먹으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읽고 있는 민규에게 근배 아저씨는 샌드위치를 건넨다. 근배 아저씨의 소개로 남산도서관까지 진출한 민규는 2+1 옥수수수염차를 사서 엄마 아빠 속상할 때 드시라는 메모를 남기기까지 한다.

16개의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이야기면서 조금씩 연결돼 있다. 인경의 연극에 출연하는 근배가 염 여사의 아들 민식의 대학 선배라는 것이 우연히 밝혀지고, 인경은 자기 작품에 등장하는 편의점에서 실습하고 있는 근배에게 감동하는 식이다. 연극이 무대에 오르는 날 염 여사와 점장 선숙 씨부터 깔끔하게 변신한 독고까지 공연장에 나타나는 장면 하나하나가 가슴을 훈훈하게 해준다.

이근미 작가
이근미 작가
<불편한 편의점>은 내가 주인공인 에피소드를 만든다면 어떻게 펼쳐나갈까,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긍정으로 향하는 과정을 스스로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점이 이 소설의 마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