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플라스틱 재활용
수만 년이 지나 우리 후손이 2023년의 역사를 발굴하기 위해 땅을 파면 플라스틱이 화석처럼 나올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은 1인당 연간 약 70㎏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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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한 플라스틱의 10% 정도만 재활용되며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플라스틱을 매립할 경우 약 500년이 지나야 썩고, 소각할 경우에는 다이옥신과 같은 유독가스가 배출된다. 우리는 학교나 가정에서 플라스틱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데도 플라스틱의 재활용 비율은 왜 낮을까? 그 이유는 우리가 쓰는 플라스틱의 성분과 구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 화장품 용기 플라스틱 >
< 화장품 용기 플라스틱 >
생수병을 보자. 물이 담긴 투명한 플라스틱의 종류는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고, 라벨은 폴리프로필렌(PP), 뚜껑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이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생수병의 라벨과 뚜껑을 제거해 종류별로 모아야 한다. 같은 재질끼리 모은 플라스틱은 고온에서 녹인 뒤 냉각시켜 새로운 플라스틱으로 태어나게 하는데, 이를 ‘기계적 재활용’이라 한다.

이번엔 화장품 용기를 보자. 대부분의 화장품 용기에는 OTHER이라는 표시가 있다. 화장품 용기로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만들 때는 물건을 담는 기능 외에도 여러 가지 기능을 더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첨가제를 넣는다. 플라스틱에 색을 내기 위한 착색제, 내용물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자외선(UV) 차단제, 손으로 눌러 화장품을 짤 수 있도록 플라스틱의 밀도를 변화시키는 가소제 등을 첨가한다. 플라스틱 용기마다 첨가된 분자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성분의 플라스틱을 기계적으로 분류해 녹여 재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OTHER 플라스틱은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그렇다면 OTHER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없는 것일까? 다행히도 가능하다. 첨가제가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플라스틱은 수천~수만 개의 단위체가 화학결합으로 연결된 고분자 물질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의 뚜껑으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단위체인 프로필렌의 이중결합이 끊어지면서 단위체가 첨가돼 긴 고분자 사슬을 이룬다.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래의 플라스틱 원료인 단위체로 되돌려 재활용하는 방식을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이라 부른다. 화학적 재활용으로 분리한 단위체는 원유에서 추출한 단위체와 동일한 분자이므로,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했을 때 처음의 플라스틱과 동일한 순도를 갖게 된다.

화학적 재활용 방법 중 ‘해중합(Depolymerization)’은 플라스틱이 형성되는 중합 반응을 거꾸로 되돌려 단위체를 분리해 낸다. 생수병 등에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ET를 만들기 위해선 원유를 정제해 에틸렌을 추출한 뒤 이를 물, 테레프탈릭산 등과 반응시킨다. 음료수병같이 색이 있는 PET는 첨가제가 들어 있어 기계적 재활용이 어렵다. 그러나 적절한 촉매와 온도, 압력을 가하면 고분자 PET가 분해되며 단위체인 에틸렌을 분리해낼 수 있다. 분리한 에틸렌은 처음 석유에서 추출한 에틸렌과 동일한 분자이며 다시 PET로 재활용된다.

화학적 재활용 중 ‘열분해’는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단위체에 탄소와 수소가 포함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에 산소를 차단한 후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하면 가스와 연료유(석유와 같은 오일) 형태로 분자들이 추출된다. 이때 수소 기체를 분리해 수소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으며, 분리된 연료유는 탄화수소이므로 화석연료와 같이 공장의 연료로 사용 가능하다. 앞으로 기술이 발전해 열분해 장치의 크기가 작아진다면, 배에 싣고 다니며 바다 한가운데에 형성된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섬에서 직접 플라스틱을 수거해 열분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화학적 재활용은 한 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플라스틱의 원료인 단위체,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될 수소 가스, 공장의 연료로 사용될 연료유 등을 추출해낼 수 있는 플라스틱 보석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화학은 세상을 푸르게 만들 수 있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고분자 플라스틱 화학분해하면 새것처럼 사용
첨가제가 포함된 다양한 종류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방법은 플라스틱의 분자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플라스틱은 수천~수만 개의 단위체가 화학결합으로 연결된 고분자 물질이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 용기의 뚜껑으로 많이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은 단위체인 프로필렌의 이중결합이 끊어지면서 단위체가 첨가돼 긴 고분자 사슬을 이룬다. 고분자 물질인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래의 플라스틱 원료인 단위체로 되돌려 재활용하는 방식을 ‘화학적 재활용(Chemical Recycling)’이라 부른다. 화학적 재활용으로 분리한 단위체는 원유에서 추출한 단위체와 동일한 분자이므로, 새로운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했을 때 처음의 플라스틱과 동일한 순도를 갖게 된다.

유가연 구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