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믿는 것
과학 지식의 발전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으로 바꾸려는 탐구 활동에 의해 이뤄진다. 이런 탐구 활동을 잘 해내거나 탐구 결과를 바르게 이용하려면 모르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아는 것으로 바뀌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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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것들은 스스로 깨우친 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알아낸 것을 누군가의 말이나 글을 통해 접하게 된 것도 있다. 무언가를 알게 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아는 것은 믿는 것을 바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지식이 어떤 믿음을 바탕으로 존재하는지 잘 파악할수록 그 믿음이 깨질 때 틀린 지식을 버리고 더 나은 지식으로 나아가기 쉽다. 하지만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연결 관계가 불분명한 사람은 더 나은 지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틀린 지식을 옳다고 잘못 생각하며 살게 될 것이다. 틀린 지식 중에는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호흡기에 치명적일 리 없다고 생각하며 팔았던 사람들처럼 사람의 목숨이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언가를 알게 하는 믿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들이 지금도 믿을 만한 것인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해 우주 밖으로 가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사람을 A라 하자. A를 만나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지구가 둥글게 보였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람을 B라 하자. A와 B의 대화를 촬영한 동영상을 보거나 대화가 기록된 책을 읽은 사람을 C라 하자. 이 이야기에서 A, B, C 모두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하나의 과학 지식이 개인의 ‘아는 것’이 되려면 A, B, C 모두 각자 넘어야 할 고비가 적지 않다.

만일 연구자인 A가 스스로 돋보이고 싶었거나 어떤 어려움에 굴복해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면 B, C는 다른 연구자에게서 추가적인 정보를 획득하지 않는 한 A의 틀린 말을 반박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과학 지식을 연구하는 곳에선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윤리에 관한 규칙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규칙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규칙을 잘 지킬 것이라 믿기 어려워서 연구기관에선 윤리 규칙이 잘 지켜지는지와 규칙의 내용이 적절한지를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아마 점검하는 사람이 제대로 일하는지도 가끔 확인해야 할 것이다.

B는 A와 지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 A와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B의 지식이 충분하다 해도 A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면 A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런 믿음은 A가 제공한 지식을 B가 사용하는 과정에서 점검될 수 있다. 과학 지식은 직접 관찰하거나 측량할 수 있는 물리량을 중심으로 검증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분야보다 사실 여부를 점검하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점검하는 데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필요한 연구 내용은 점검이 이뤄지기 어렵다. 아무도 점검하지 않은 연구 발표는 그저 ‘A가 ~라고 말했다’ 수준으로 기억해두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A와 B를 통해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 C는 A도, B도 믿어야 하니 믿어야 하는 것이 늘어난다. 게다가 동영상을 봤다면 그 영상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도 믿어야 하고, 책을 읽었다면 출판사도 믿어야 한다. 정확히 알기 위해 옳다고 믿어야 하는 사항이 많은 지식일수록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은 클 것이다.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읽는 교과서나 참고서의 저자, 가르치는 교사는 A~C 모두가 될 수 있다. A에게서 직접 배운다면 그가 알아낸 지식을 가장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겠으나 A를 만나 가르침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적다. 대부분의 학생은 A, B, C의 책이나 말을 통해 지식을 습득해야 할 것이다. 효과적으로 공부하려면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의 저자가 A에 가까운지, 아니면 C처럼 많은 것을 믿고 받아들인 사람인지 살펴보는 게 좋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읽은 책이라면 오류가 있더라도 이미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 더 신뢰할 수 있다.

무한한 우주에는 모르는 것도 무한할 것이기 때문에 아는 것을 늘려나가는 삶을 추구한다면 평생을 흥미진진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사람은 자신의 눈을 믿었기 때문에 지구가 둥글다는 지식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가끔은 자기 눈도 의심해보는 것이 좋다. √ 기억해 주세요
[과학과 놀자] 과학은 아는 것도 믿는 것도 의심하고 검증해야
무언가를 알게 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아는 것은 믿는 것을 바탕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자신의 지식이 어떤 믿음을 바탕으로 존재하는지 잘 파악할수록 그 믿음이 깨질 때 틀린 지식을 버리고 더 나은 지식으로 나아가기 쉽다. 하지만 아는 것과 믿는 것의 연결 관계가 불분명한 사람은 더 나은 지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꽤 오랫동안 틀린 지식을 옳다고 잘못 생각하며 살게 될 것이다. 틀린 지식 중에는 삶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가 호흡기에 치명적일 리 없다고 생각하며 팔았던 사람들처럼 사람의 목숨이나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무언가를 알게 하는 믿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파악하고, 그것들이 지금도 믿을 만한 것인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안종제 전 반포고 수석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