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簞食瓢飮 (단사표음)
▶한자풀이
簞: 대광주리 단
食: 밥 사
瓢: 표주박 표
飮: 마실 음


한 소쿠리의 밥과 표주박의 물
매우 소박한 생활을 비유하는 말
- <논어(論語)>

공자는 평생 3000여 명의 제자를 둔 것으로 전해진다. 공문십철(孔門十哲)은 그중 뛰어난 열 명의 제자로, 안회(顔回)·민자건(閔子騫)·염백우(伯牛)·중궁(仲弓)·재아(宰我)·자공(子貢)·염유(有)·계로(季路)·자유(子遊)·자하(子夏)를 가리킨다.

자공이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聞一知十)”며 부러워한 인물이 바로 안회다. 하지만 그는 너무 가난해 끼니 거르기를 밥 먹듯 했고, 평생 지게미조차 배불리 먹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배움은 놓지 않았다. 공자가 이런 안회를 칭찬했다.

“어질도다, 안회여. 한 소쿠리의 밥과 한 표주박(簞食瓢飮)의 물로 누추한 곳에 거처하며 산다면, 다른 사람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거늘 안회는 즐거움을 잃지 않는구나. 어질도다, 안회여.” 가난에도 학문의 즐거움을 잃지 않는 안회를 두 번씩이나 ‘어질다’고 한 것이다. <논어(論語)> 옹야편에 나오는 얘기다.

단사표음(簞食瓢飮)은 소쿠리의 밥과 표주박의 물이라는 뜻으로, 아주 소박한 생활을 이른다. 초야에 묻혀 사는 은사들의 생활 표상이 된 말이기도 하다. 소쿠리와 표주박, 그리고 누추한 거리를 뜻하는 단표누항(簞瓢陋巷)도 함의가 같다.

고대 중국은 청빈(淸貧)을 덕목으로 여겨 관련된 한자성어가 많다. 안분지족(安分知足) 안분낙도(安貧樂道) 청빈낙도(淸貧樂道)는 자신의 분수나 처지를 이해하고 만족한다는 말이다. 삼순, 곧 한 달에 아홉 번 밥을 먹는다는 삼순구식(三旬九食), 바람에 날릴 정도로 먹고 이슬을 맞으며 잔다는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는 즐풍목우(櫛風沐雨)는 가난하거나 신세가 처량함을 이른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인간은 욕구하는 동물이다. 더 갖고, 더 높이 오르기를 원한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으면 욕구는 충족되지 않는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바로 가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