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디지털 경제와 소비자 변화

상품보다 과정이 중요해진 시대.
시대변화 이해할 때 디지털 전환의 완성속도 빨라져.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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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킷을 사지 마시오.’ 아웃도어 의류업체 파타고니아의 광고 문구다. 패스트패션 시대에 한 벌의 옷을 만들면서 생기는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이자, 재활용 원료의 우수성을 알리려는 광고다.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 옷을 구입하면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비즈니스를 한다’는 파타고니아의 경영 이념에 자연스럽게 동참하는 동시에 직접 활동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를 채우게 된다. 마켓 4.0의 시대근대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필요한 기능만으로 충분한 시대는 마켓 1.0이다. 냉장고, 세탁기,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들을 구입함으로써 생활이 얼마나 편리해지는지 강조하는 것만으로 홍보가 됐다. 하지만 마켓 2.0 시대에는 개별 맞춤화된 홍보가 필요했다. 사람들은 보편화된 상품보다 내가 원하는 특별한 기능을 찾기 시작했다. 사회가 풍요로워지자 소비자는 성숙해졌다. 이제는 ‘인간 중심 마케팅’으로 진화했다. 제품의 편리성은 기본이고 브랜드가 내거는 가치와 운영방식 등 기업의 방향성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면 여기에 공감하는 소비자는 상품 구입을 통해 브랜드를 응원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 마켓 4.0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기능가치는 점차 빛을 잃고 감정가치와 참여가치가 커진다는 내용이다. 즉, 기업이 표방하는 메시지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모든 서비스는 내가 나답게 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관점이 마켓 4.0의 핵심이다.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으로 기업 활동에 참여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도전하고자 한다. 6D의 시대필립 코틀러가 소개한 마켓 4.0의 개념은 기술적인 관점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피터 디아만디스는 그의 책 <컨버전스 2030>을 통해 6D의 개념을 소개한다. 6D란 디지털화(Digitalization), 잠복기(Deception), 파괴적 혁신(Disruption), 무료화(Demonetization), 비물질화(Dematerialization), 민주화(Democratization)를 의미한다. 디지털화는 모든 것이 0과 1로 표현되는 세상을 의미한다. 종이책이 전자책이 되고, 인간 DNA의 모든 정보가 데이터화되는 세상이다. 다만 디지털화는 한 번에 진행되지 않고 잠복기를 거치며 진화한다고 설명한다. 기술이 세상에 알려지고 비판받는 동안 수면 아래에서 천천히 커지다가 어느 시기가 지나면 기존 권력관계를 단번에 뒤집어놓는 대변혁의 시기가 찾아오는데, 이것이 파괴적 혁신이다. 이후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것이 무료화다.

태양광발전 비용이 극단적으로 저렴해져 전기요금이 지금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면 한 시간에 약 20원에 LED 빛으로 채소를 키울 수 있게 된다. 생필품의 생산 단가도 저렴해진다. 누구든 생활에 필요한 음식과 물건을 큰 비용 없이 누리는 시대가 무료화 시대다. 무료화 시대에는 물건 판매만으로 돈을 벌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물건 자체가 사라지는 비물질화의 시대가 열리게 된다. 예전에 여행 갈 때는 필름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를 반드시 가져가야 했지만 오늘날에는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6D 개념의 최종단계는 민주화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생산 과정에 참여하는 단계다. 과거에는 간단한 동영상 제작을 위해서도 전문가에게 작업을 의뢰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놀이처럼 많은 사람이 스스로 작업에 참여한다. 필요 vs 의미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경영 컨설턴트인 야마구치 슈는 그의 책 <뉴타입의 시대>를 통해 모든 것이 풍족해 욕망하지 않는 오늘날의 세대에는 필요한 것보다 의미있는 것의 가치가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생필품이 아니라 나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상품이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상품보다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등이 주목받는 이유다. 정답 지향에서 과정 지향으로 세상의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개발도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세상이 퍼즐형에서 레고형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이해할 때 그 기술이 보다 잘 쓰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