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한양대학교 논술 해제
임재관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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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가)를 토대로 ‘지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하고, (나)의 추론 방식을 참조하여 (다)의 지도 [A]와 [B]에 나타난 제작자의 관점을 각각 설명하시오. (1200자, 100점 / 제시문은 2022년 11월21일자 16면 참조)

[해설] 답안을 작성할 때는 요구사항에 대한 답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하면서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적절한 표현을 선택해 논리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에서 첫 번째로 요구하는 것은 지도의 의미를 (가)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가) 지문에서는 지도가 3차원의 실체를 2차원의 평면으로 작성하는 것이므로 변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따라서 제작하는 과정에 제작자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객관적 정보를 전달하는 것 같아도 실질적으로는 주관적인 세계관과 의도가 반영될 수밖에 없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도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지리적 사실을 가장한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정보전달 매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음 요구사항은 (나)의 추론방식을 참조해 (다)의 지도를 설명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의 맥락을 바탕에 두면서 (나)의 추론방식을 정리해야겠네요. (나)에서는 지도를 확보한 인물을 영국 동인도회사의 사령관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 혹은 사용방식의 추론입니다. 또한 중국이 본래 모습대로 표현되지 않고 항로 위주로 표현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해도의 목적으로 제작됐음을 추론합니다. 선주들의 거래지역 위주로 강조돼 있으며 중국어 표기 등을 바탕으로 지도 제작자와 사용자, 그리고 지도 제작자의 의도 등을 추론해나가는 (나)를 바탕에 두면 (다)에서도 제작자나 사용자, 그리고 지도 제작의 의도를 중심으로 두 지도의 주관성에 대해 추론해나갈 수 있습니다.

위의 추론을 바탕으로 두자면 첫 번째 남쪽을 위로 설정한 A지도는 호주와 태평양을 중심에 두고 있어서 지도 제작자가 호주인이며 북반구 위주의 통념을 뒤엎고 자기 거주지역 위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태평양을 중심으로 환형의 해양지도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네요. 이는 해로와 해상무역을 중시하는 관점이겠지요? B지도로 옮겨보면 그 특성이 A지도와 대비됩니다. 이번에는 북반구를 상단으로 해 북아메리카, 아시아, 유럽이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북반구의 특정 국가가 집중돼 있지 않고 북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네요. 이 지도는 해로를 표시하기엔 적절치 않습니다만, 비행기 항로를 표현하기에는 적절해 보입니다. 따라서 이를 바탕으로 지도 제작자의 의중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개요를 짜 볼게요.
1. 지도란 무엇인가

1-1. 지도 규정 : 지리적 사실을 가장한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정보전달 매체

1-2. 이유1 : 지도는 3차원의 지구를 평면으로 옮겨놓는 것. 변형이 필연적

1-3. 이유2 : 지도는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고, 제작자의 목적에 따라 정보를 선택함

1-4. 이유3 : 지도 제작자는 역사, 문화 및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함

2. (나)의 추론방식 정리

2-1. 추론 방식 = 지도에 표시된 정보를 통해 사용처와 관점, 의도, 제작자의 정보까지 추론

2-2. 이런 추론방식은 주관적인 지도 속에서 맥락과 의도를 통찰하게 함

3. (다)의 A, B지도의 제작자 관점

3-1. A지도의 설명

3-1-1. 남반구를 상단으로 하며, 호주와 태평양이 중심임 = 지도 제작자는 호주인, 북반구 위주의 통념을 뒤엎고 자기 거주지역 위주로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3-1-2. 태평양을 중심으로 환형의 해양지도를 상세히 보여줌 = 해로나 해상 무역을 중시하는 관점, 해양 위주의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함

3-1-3.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지도 양쪽 끝단에 자리잡고 있음 = 북반구의 유럽과 북미 중심의 문화와 산업 집중구도를 재편하고 싶어하는 관점

3-1-4. 해로를 표시하기 좋음 =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많은 국가와의 교류 개척을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있음

3-2. B지도의 설명

3-2-1. 북반구를 상단으로 하며, 북아메리카, 아시아, 유럽이 중심 = 지도 제작자는 북반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북반구 국가들의 밀접한 관계를 중시함

3-2-2. 북반구의 특정 국가가 집중돼 있지 않고 북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음 = 지도 제작자는 특정 국가가 아니라, 다양한 국가의 산업, 문화 교류를 중시함

3-2-3. 비행기 항로를 표시하기 좋음 = 북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항로 개척을 통해 적극적인 교류 확대를 중시함
이를 바탕으로 만든 답안은 이해를 돕기 위해 제한 분량을 넘겨 작성했습니다.

[답안] (가)를 토대로 보면 지도는 지리적 사실을 가장한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정보전달 매체일 따름이다. 우선 태생적으로 지도는 3차원의 지구를 평면으로 옮겨놓는 것이기 때문에 변형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제작자가 어떤 방식으로 변형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지역도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도는 지면 특성상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기에 제작자의 유용한 목적에 따라 제한된 정보를 취사선택해 만들기 마련이다. 게다가 지도 제작자는 역사, 문화 및 정치적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따라 생성된 자신의 내면적 신념이나 이념을 지도에 투영한다. 그러므로 지도의 객관성에 대한 맹신에서 벗어나 지도 이면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해 방식은 (나)의 필자가 보여주는 추론 방식에서 똑똑히 드러난다. 셀던의 지도에서 필자는 체계적으로 지도에 표시된 정보를 통해 사용처와 관점, 의도, 제작자의 정보까지 추론한다. 이와 같은 능동적 추론은 왜곡된 지도 속에서도 역사적 맥락과 의도를 궤뚫어보게 한다.

따라서 동일한 지구를 전혀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지도 A, B에서도 (나)의 추론방식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두 지도 모두 16세기에 그려진 셀던의 지도와 다르게 해안선이나 지형의 표시가 매우 정교하다. 즉 현대 기술력으로 그려진 지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다른 양상을 띠는 것은 각각의 지도 제작에 반영된 제작자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A지도는 남반구를 상단으로 하며, 호주와 태평양이 중심이다. 이는 지도 제작자가 호주인이며 북반구 위주의 통념을 뒤엎고 자기 거주지역 위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음을 가늠케 한다. 또한 태평양을 중심으로 환형의 해양지도를 상세히 보여주는데, 그 이유는 해로나 해상 무역을 중시하고, 해양 위주의 산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지도 양쪽 끝단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은 남반구를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추론에 신빙성을 더한다. 양 대륙의 이격 속에서 북반구의 유럽과 북미 중심의 문화·산업 집중 구도를 재편하고 싶어하는 관점을 읽어들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해로를 표시하기 좋은 지도의 구성 방식은 태평양을 중심으로 한 많은 국가와의 교류 개척을 개방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반면 B지도는 북반구를 상단으로 하며, 북아메리카, 아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삼는다. 그 속에서 지도 제작자는 북반구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북반구 국가들의 밀접한 관계를 중시함을 알 수 있다. 또한 북반구의 특정 국가가 집중돼 있지 않고 북극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이는 지도 제작자가 북극을 중심으로 하는 항공 교류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뜻하며, 특정 국가보다 다양한 국가의 산업, 문화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함을 추론하게 하는 부분이다. 더하여 해로 표시에 용이한 A지도와 달리 B에서는 비행기 항로를 표시하기가 수월하다. 즉 북극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항로 개척을 통해 적극적인 교류를 희망하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