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사건의 지평선
최근 역주행하고 있는 노래가 있다. 우연히 듣게 되었는데, 가수의 실력도 실력이거니와 가사와 음률이 좋아서 인상에 남았다. 반 아이들과 종업식 날 함께 들을 계획도 세웠다. 가사 중 몇 줄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과학과 놀자]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우주공간 경계선
이 노래는 헤어짐을 위로하는 내용인데, 생소한 단어들이 보인다.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저기 사라진 별의 자리 아스라이 하얀 빛’과 같이 말이다. 사실 이 곡을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가수 윤하는 이전부터 꾸준히 천체 물리학적 소재에서 영감을 받아 곡을 만들어왔다. 2007년 발매한 앨범에 포함된 주기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혜성’부터2022년 발매된 앨범에 포함된 블랙홀의 경계선을 일컫는 ‘사건의 지평선’까지 말이다. 특히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된 이번 앨범에는 가상의 혜성 구름이지만 태양계 혜성들의 발생지라고 여겨지는 ‘오르트 구름’, 혜성의 순우리말 표현인 ‘살별’, ‘별의 조각’, ‘하나의 달’, ‘black hole’과 같이 천체 물리에서 따온 비유와 내용이 한가득이다.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른 천체의 운동 궤도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른 천체의 운동 궤도
그럼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란 무엇이며 왜 이 표현을 사용해 헤어짐을 비유한 것일까.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질량은 시공간을 휘게 한다. 이때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을 많이 휘게 한다. 질량에 따른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힘을 ‘중력(gravity)’이라고 한다. 질량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물체가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그 경계가 되는 속도를 ‘탈출 속도(escape velocity)’라고 한다. 질량이 큰 천체일수록, 천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탈출 속도가 크며 탈출하기 어려워진다. 아래 그림과 같이 어떤 속도로 어느 지점을 지나느냐에 따라 탈출할 수도, 아니면 멀어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궤도 운동을 반복할 수도 또는 천체로 빨려 들어갈 수도 있다.

이쯤에서 질문할 게 있다. 혹시 속도의 한계에 대해 알고 있는가? 어떤 물체에 운동 방향으로 계속 힘을 가하면 속도를 계속 더 빠르게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즉, 물질이 가질 수 있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진공에서의 ‘빛의 속도(c)’다. 물체의 속도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물체의 질량은 늘어난다. 빛의 속도에 근접하면 물체의 질량은 거의 무한대에 가깝기 때문에 더 이상 가속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빛의 속도는 속도의 한계가 됐다. 물체의 속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경계선부터는 경계선 밖에서 안으로도, 안에서 밖으로도 그 무엇으로도 서로 관측이 불가능하다. 경계 안에서 일어난 사건은 경계 밖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기에 이 경계를 ‘사건의 지평선’이라고 한다. 단,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지점이 생길 정도가 되려면 천체의 질량이 어마무시하게 커야 한다. 이렇게 빛조차 탈출할 수 없는 영역을 가진 천체, 그것이 바로 블랙홀이다. 혹시 블랙홀을 표현한 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특정 반지름을 기준으로 내부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도록 표현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블랙홀의 경계가 사건의 지평선인 것이다.

블랙홀
블랙홀
가수는 사건의 지평선의 이런 점에 영감을 받은 듯싶다. 어떤 별이든 성운이 모여 만들어지고 중력에 의한 수축과 핵융합 에너지로 인한 팽창을 반복하며 균형을 맞추며 반짝인다. 그중 질량이 아주 큰 별은 결국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화려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블랙홀을 남기고 죽는다. 블랙홀이 된 별에서 일어나는 일은 블랙홀 밖에서는 알 수가 없다. 가수는 이 과정을 우리네 만남과 헤어짐에 비유하며 이별의 순간을 담담하고 아름답게 보내준다. 단절되어 다시 만날 수 없는 이별한 사람을 그리워하지만 함께했던 추억은 분명히 존재했으며 이별 후 새로운 시작이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추억으로 남기고 보내줘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다시 한번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다. 결국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그 흐름과 같은 일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탈출 속도가 빛의 속도가 되는 우주공간 경계선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질량은 시공간을 휘게 한다. 이때 질량이 클수록 시공간을 많이 휘게 한다. 질량에 따른 시공간의 휘어짐에 따라 나타나는 힘을 ‘중력(gravity)’이라고 한다. 질량에 의해 휘어진 공간을 물체가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속도가 필요하다. 그 경계가 되는 속도를 ‘탈출 속도(escape velocity)’라고 한다. 질량이 큰 천체일수록 그리고 천체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탈출 속도가 크며 탈출하기 어려워진다.

신다인 창덕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