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세 기준의 쟁점이 5000만원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금융투자에 따른 양도소득이 5000만원이면 국내에서는 소수 상위층에 해당한다. 금융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부자들에게 과세하기로 한 세금을 지금에 와서 부과하지 말자는 것은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금투세 신설은 부자 증세일 뿐 서민 대상의 세금 강화가 아니다. 정부 주장대로 법은 그대로 둔 채 2년간 시행만 미룬다고 본질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나. 과세 방향을 한 번 정했다면 주식시장 상황이 다소 나쁘다는 것을 핑곗거리로 삼을 게 아니라 새로운 원칙으로 삼아 밀어붙여야 한다. 그게 오히려 예측 가능한 시장정책 아닌가.
미국과 일본 같은 나라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금융소득 과세가 있다. 소득 5000만원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면세의 기본 공제가 5000만원이라는 것은 오히려 다른 자산과 비교해 지나친 혜택이라는 측면도 있다. 예정대로 시행해서 재정 확충에 나서야 복지 확대 등 필요한 부분의 지출 수요를 맞출 수 있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국내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해외 증시로 가버릴 것이라는 주장도 세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엄살 내지는 일종의 협박이다.[반대] '개인 큰손' 이탈, '개미투자자' 더 피해…많은 나라, 왜 시장 안정·보호 나서겠나140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주식투자자로 하여금 불안에 떨게 하는 법을 무리해가며 강행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주식시장은 1년 새 곤두박질치며 매우 침체된 상황이다. 코스피지수는 2022년 한 해에만 27%가량 하락했다. 국회에 법 시행 유예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조기에 상한선인 5만 명에 달했을 정도로 반대가 많다.
이 법을 처음 만들기로 했을 때부터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는 비판이 컸다. 다만 시행까지 유예기간이 3년가량 있었기에 그 당시에도 “설마 시행되겠나” 하는 심정에서 공식화된 반대가 없었던 것이다. 더구나 지금은 시장 상황도 매우 좋지 않다. 중산층과 그 아래쪽까지 다수 국민의 개인적 부를 늘려가도록 도와야 하는 게 정부다. 투자 소득이 조금 생긴다고 바로 과세해버리면 국민을 ‘빈곤의 평등’으로 몰아가자는 것과 뭐가 다른가. 많은 국민이 높은 물가와 싸우며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참고 절약하고 저축한다. 말이 주식과 펀드 투자지, 조금이라도 저축과 금융소득을 높여보기 위한 눈물겨운 저축에 다름 아니다.
증시의 규모와 공정성 자체를 비교도 하기 어려운 미국이나 일본만 볼 게 아니라,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싱가포르 홍콩 뉴질랜드 중국 대만의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이들 나라도 금투세의 위험을 잘 알기에 도입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시장 변동성이 커 위험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한국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세금 무서워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면 그 충격과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거대 야당은 투자수익이 5000만원 미만이면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만 말하지만, 투자 규모가 큰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로 이탈하면 시장침체, 전체 주가 하락으로 소규모 개인투자자는 훨씬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 미칠 중장기 파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증시를 안정시키려 온갖 애를 쓰는 다른 나라들 모습은 보이지도 않나.√ 생각하기 - 韓 시장 싫으면 바로 美·中으로 달아나는 시대…정부가 장기투자 막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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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