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1층을 차지하는 공적연금은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가입시킨 것이다. 미래 어떤 경우에도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소득의 일부를 떼어간다. 이렇게 모은 기금을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서 은퇴자에게 나눠준다. 한국의 대표적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엔 지난 8월 기준 917조원이 쌓였다. 국민연금이 굴리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해외 투자시장에서 ‘큰손’ 대접을 받을 정도다.
국민연금은 아직까진 젊은 층이 낸 돈으로 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재원이 갈수록 빠듯해지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국민연금은 2055년께 고갈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 정부 예산으로 메꿔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2002년, 군인연금은 1973년 기금이 고갈돼 이미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연금개혁이란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고 혜택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뜻한다. 모든 개혁은 어렵지만 연금개혁은 더더욱 어렵다. 기존 가입자가 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법밖에 없어서다. 물론 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리면 고갈을 늦출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고 해도, 전 국민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 푸틴·마크롱조차 반대 여론에 쩔쩔국내에서도 역대 정부마다 연금개혁을 공언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정책을 밀어붙일 권한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 ‘표 떨어져나갈 일’에 소극적인 탓이다. 러시아의 ‘절대권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조차 2018년 연금 수급 연령을 올리려다 여론 반발을 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