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 마이야르 반응
군고구마, 붕어빵, 호떡…. 겨울철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맛있는 간식이다. 이들 앞을 지나갈 때면 달콤하고도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이 맛있는 냄새는 어떤 물질일까? 바로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 화합물이다.
[과학과 놀자] 군고구마 맛과 향은 아미노산과 당의 합작품
마이야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과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에 의해 보고된 아미노산과 환원당의 화학 반응이다. 환원당은 알데하이드나 케톤 작용기를 갖는 당으로 반응성이 크다. 마이야르는 당시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형성하는 과정을 연구 중이었는데, 아미노산에 포도당과 같은 당을 반응시키면 갈색 물질이 형성되는 것을 알게 됐다. 이때 생긴 갈색 물질은 다양한 맛과 향을 내는데, 군고구마나 군밤의 표면에 형성된 맛있는 갈색 부분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으로 인해 만들어진 화합물이다.

밀가루 반죽을 가열하면 반죽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의 아미노기(-NH2)와 환원당의 카보닐기(-(C=O)-)가 결합해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갈색 물질의 ‘멜라노이딘’을 형성한다.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결합할 때 아미노산과 환원당(포도당, 엿당, 젖당 등)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생성물이 생기는데, 이를 총칭해 멜라노이딘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중 류신과 당이 결합하면 초콜릿 향을 내는 멜라노이딘을 형성하며, 아르지닌과 당이 결합하면 팝콘 냄새를 풍기는 멜라노이딘을 만든다.
[과학과 놀자] 군고구마 맛과 향은 아미노산과 당의 합작품
마이야르 반응은 고기를 불에 구울 때도 일어난다. 삼겹살을 구우면 고기 속 아미노산과 당이 결합하는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표면이 갈색으로 변하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 인류는 아주 오랜 기간 마이야르 반응으로 생성된 멜라노이딘을 먹었다. 빵을 구울 때 나는 빵 냄새나 노릇노릇한 튀김 옷의 맛은 마이야르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요리할 때 마이야르 반응을 극대화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마이야르 반응은 반응물의 온도와 수분 함량, pH에 의해 반응 속도가 조절된다. 온도가 높을수록 반응 속도가 빨라지고 160~180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쿠키를 굽는 오븐의 온도가 180도로 예열돼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낮은 온도에서는 마이야르 반응이 천천히 일어난다. 된장이나 간장 속 갈색 물질은 오랜 시간 콩 속 아미노산과 당이 서서히 반응해 만들어진 것이다.

수분이 적을수록 마이야르 반응은 잘 일어난다. 부침개를 부치면 가운데 부분보다 끝부분이 노릇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부침개 가장자리에서는 수분이 빨리 증발하고, 수분이 적을수록 마이야르 반응이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 붕어빵도 몸통보다 꼬리 부분의 가장자리가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이야르 반응은 염기성 환경에서 잘 일어난다. 아미노기와 카보닐기의 반응은 여러 단계로 일어나는데 이때 -OH기의 공급이 활발할수록 반응이 잘 일어난다. 프레첼의 한 종류인 ‘라우겐프레첼’이란 빵의 ‘라우겐’은 알칼리 용액을 뜻하는 단어다. 프레첼을 굽기 전 베이킹소다를 녹인 물을 표면에 발라주면 마이야르 반응이 촉진돼 프레첼 표면이 진한 갈색빛으로 먹음직스럽게 변한다.

음식을 가열했을 때 갈색으로 변하는 반응에는 ‘카라멜화 반응’도 있다. 설탕으로 만든 달고나가 갈색을 띠는 것은 마이야르 반응이 아니라 카라멜화 반응에 의한 것이다.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비환원당으로 반응성이 낮아 마이야르 반응에 참여하지 않는다. 설탕에 약간의 물을 넣고 가열하면 과당과 포도당으로 분해되고, 두 종류의 당이 탈수축합반응으로 연속적으로 결합해 긴 고분자 물질을 만든다. 이때 카라멜란, 카라멜린과 같은 갈색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특유의 카라멜 향의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인류는 불을 사용해 요리를 시작한 이후부터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의 맛과 향을 조절했다. 커피를 로스팅할 때 나오는 구수한 커피 향, 야채나 고기를 노릇노릇하게 구우면 맛과 풍미가 향상되는 것 모두 마이야르 반응의 산물이다.

요리는 원하는 생성물을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해 온도와 수분, pH 등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화학 실험 과정과도 같다. 추운 겨울 군고구마와 붕어빵 가게 앞을 지나갈 때 골목 곳곳에서 마이야르 반응의 축제가 일어나고 있음을 기억하도록 하자.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군고구마 맛과 향은 아미노산과 당의 합작품
밀가루 반죽을 가열하면 반죽에 들어 있는 아미노산의 아미노기(-NH2)와 환원당의 카보닐기(-(C=O)-)가 결합해 여러 단계를 거치며 갈색 물질의 ‘멜라노이딘’을 형성한다. 아미노산과 환원당이 결합할 때 아미노산과 환원당(포도당, 엿당, 젖당 등)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생성물이 생기는데, 이를 총칭해 멜라노이딘이라 부른다. 예를 들어 아미노산 중 류신과 당이 결합하면 초콜릿 향을 내는 멜라노이딘을 형성하며, 아르지닌과 당이 결합하면 팝콘 냄새를 풍기는 멜라노이딘을 만든다.

유가연 구리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