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전자기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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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체가 전기적 성질을 띨 때 우리는 보통 “정전기를 띤다”고 말한다. 과학에선 정전기라는 표현보다 전하(Charge)라는 말을 더 자주 사용한다. 금속이 아닌 얇은 물체의 양면에 금속판을 밀착시켜 놓고 두 금속판에 직류 전원을 연결해 양전하(+)와 음전하(-)가 각각 모이면 양전하를 띤 금속판에서 음전하를 띤 금속판 방향으로 얇은 물체 내부에 전기장이 생긴다.

이 전기장의 세기는 사용한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른데, 어느 물질이 얼마나 전기장을 잘 형성하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나타낸 값으로 ‘물질의 유전율’이라는 실험값이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은 대개 외부 전기장이 상쇄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기 때문에 두 금속판 사이의 유전율은 진공인 때가 가장 크다. 진공의 유전율은 약 8.85×10-12 C2/Nm2이다. 진공에 유전율 값이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전기적 성질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전율을 측정하는 실험과 달리 원기둥 모양의 물체를 마련해 주위에 구리 선을 칭칭 감은 뒤 구리 선에 전류를 흐르게 하면 물체 내부에 자기장이 생긴다. 외부의 자기장이 공급되면 물체를 구성하는 자성을 띤 입자들이 약간씩 이동해 물체 내부의 자기장이 조금 변한다. 어느 물질이 얼마나 자기장을 잘 형성하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나타낸 값으로 ‘물질의 투자율’이라 부르는 실험값이 있다. 물체를 이루는 물질의 종류가 외부 자기장에 대해 순종적이냐 아니면 반항적이냐에 따라 물질의 투자율은 진공의 투자율보다 크거나 작다. 진공의 투자율은 4π×10-7 Ns2/C2이다. 진공에 투자율 값이 있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자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코틀랜드의 물리학자 맥스웰(1831~1879)은 당시 알려진 모든 전자기 현상의 규칙을 간단명료한 몇 개의 방정식으로 나타내는 데 성공했다. 맥스웰의 방정식 중 하나는 시간에 따라 전기장의 세기가 변화하면 전류가 흐르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해 그 주변에 원형의 자기장이 발생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른 방정식 하나는 자기장의 세기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면 원형 코일 안에 자석을 넣거나 뺄 때 원형 코일에 전류가 발생하는 것처럼 자기장의 직각 방향으로 원형의 전기장이 발생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맥스웰은 두 방정식을 합쳐서 전기장의 변화가 자기장을 만들고 이 자기장의 변화는 전기장을 만드는 현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반복되면서 전자기 파동이 공간을 퍼져나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맥스웰이 살던 시대에는 전자기파 발생 장치를 만든 사람이 없었지만 맥스웰은 자신의 방정식을 연립해 풀어서 전자기 파동이 물체 내부에서 전파되는 속도가
[과학과 놀자] 우주공간 전자기 성질 따라 빛의 속도 변화
임을 밝혔다. 위에 제시한 유전율과 투자율 값으로 진공(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의 빛 속도를 계산하면 3.00×108 m/s이다. 이 값은 지금의 기술로 측정한 빛의 속도와 일치한다.

광활한 우주 공간의 아무것도 없는 곳에는 전자기적 성질이 있고, 그 성질에 의해 그곳을 지나가는 빛의 속력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다. “우주의 모든 공간은 전자기적 성질이 지구의 실험실에서 알아낸 것과 동일할까?” 이 질문을 다른 말로 바꾸면 “우주의 모든 공간에서 빛의 속력이 동일할까?”로 표현할 수 있다.

교과서에선 진공의 특성이 우주 어디에서나 동일할 것이란 가정으로 기존의 과학 연구를 기술하고 있지만 우주는 넓고 진실은 아직 모른다. 그런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누군가는 우주의 모든 곳에서 빛의 속력이 동일할 것이란 가설하에 정밀한 추론을 하고, 그 추론에 의한 예측의 증거가 될 만한 관찰 결과를 찾아야 한다. 그와 동시에 다른 누군가는 우주 공간마다 빛의 속력은 다를 것이란 가설하에 추론과 검증 작업을 해야 한다.

우주론과 입자론처럼 관찰 대상과 규모가 서로 다른 과학 분야의 이론들을 모순되지 않게 통합하려는 노력이 오랫동안 이어져오면서 기존의 관행적 사고를 포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자면 우주에는 우리가 아직 검출하지 못한 암흑 물질이나 암흑 에너지가 있을지 모른다는 연구, 모든 공간엔 검출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크기의 차원과 끈의 진동이 있어서 그것들이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을 만들게 됐다는 초끈이론 등이 그것이다. 기억해주세요
안종제 전 반포고 수석교사
안종제 전 반포고 수석교사
우주 공간에서 빛의 속력이 동일한지 아닌지 알아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더라도 그것에 대해 상상하는 것은 누구라도 가능하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수 있다. 누군가는 다른 특성을 가진 우주 공간에 대해 대단한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올해가 가기 전에 누군가가 원자 내부 공간에서 우주의 신비를 풀 수 있는 증거를 찾아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