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수험생이 되면 체력과 시간 한계상 신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력감을 이유로 체육 시간에도 늘어져 있거나, 스트레스를 핑계로 밤늦게 군것질하고 바로 자는 등의 행위를 해선 안 됩니다.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몸을 관리해야 나태한 버릇이 생기지 않습니다.저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고등학교 3학년에 접어들어 시간 부족으로 활동량이 줄었습니다. 공부하기에도 아까운 시간을 운동에 할애하기엔 부담이 컸는데, 막상 가만히 앉아 있자니 좀이 쑤시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주에 두세 번 있는 체육 시간 정도로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말 그대로 엉덩이만 무거운 고3이 되는 기분이었고, 집중 상태를 환기할 겨를이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진정한 건강이란 무엇일까요? 통상적으로 신체의 무탈함, 덧붙여 활동 증진까지를 건강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정신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진짜 튼튼한 상태가 아닐까요. 학생들은 각종 시험으로 불안한 심리를 갖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멘탈 관리를 하지 않으면 신체적으로 정상이라 할지라도 내면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양상은 피로감, 예민함, 신경증 등의 증상으로 드러납니다.
저는 정신적 건강을 위해 ‘집착하지 않는 연습’을 했습니다. 내신, 친구 관계, 모의고사 성적 등 기대를 키울수록 부담이 커지는 일들을 뛰어넘어 바라보는 습관을 기른 것입니다. ‘그럴 수 있지’라는 문장은 고등학교 3년 내내 저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보다 나은 다음을 기약하는 다짐으로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산책’이라는 아주 좋은 유산소 운동과 함께해왔습니다.
산책은 마구 뛰는 것도, 근력을 많이 쓰는 것도 아니면서 정신 상태까지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생각을 찬찬히 정리하고, 흥분된 상태를 가라앉히며, 때로는 친구와 함께 걸으면서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신경 쓰이는 일이 부쩍 많아지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적절한 신체 자극과 정신 환기가 필요합니다. 저는 지금도 고민이 깊어질 때면 산책을 합니다.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에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했을까’라는 성찰이 연계되는 사고도 산책과 함께 터득했습니다.
건강은 관리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재산입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그때 길렀던 지구력과 도전정신으로 복싱, 수영, 필라테스, 빙상 등 원하는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체력을 얻었습니다. 또 인간관계를 비롯한 중요한 일들을 면밀히 탐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게 됐습니다. 만약 고등학교 때 미리 연습하지 않았다면 대학생이 된 뒤 여러 역경에 부딪힐 때마다 상처를 받았을 겁니다. 여러분도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조미성 고려대 보건환경융합학부 20학번(생글 1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