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S 프리미엄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 딜러가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신용부도스와프(CDS·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코로나19 사태 때보다 높아졌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속에 불안불안해진 우리 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위기 경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발행한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29일 61bp를 찍었다. 올 들어 최고치였던 7월 6일의 56bp는 물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에 기록한 57bp도 뛰어넘었다. 신용도 떨어지면 CDS 프리미엄은 상승
CDS 프리미엄은 평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요즘처럼 나라 안팎이 뒤숭숭할 때면 ‘국가부도 위험 지표’라는 수식어와 함께 신문에 자주 등장한다. 한국의 경제 상황을 해외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이 수치에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CDS란 무엇이고, 프리미엄은 또 뭘까. 우선 CDS는 파산 위험을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이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를 낼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인데, 일종의 보험이나 보증 계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파산하면 A사가 발행한 회사채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돈을 날리게 되지만 CDS를 활용하면 손실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CDS 구매자가 위험을 털어낸 대가로 판매자에 지급하는 웃돈(premium)이 바로 CDS 프리미엄이다. bp(basis point)라는 단위로 표시하며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보험에 가입할 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보험료가 비싸지듯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의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CDS 프리미엄은 상승한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650bp까지 치솟았다. 그때와 비교하면 아직 심각한 수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지만, 오르는 속도가 너무 가파른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리먼 사태’ 금융위기 때는 650bp 뚫기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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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 프리미엄은 신용평가회사가 매기는 신용등급과 더불어 기업과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국제 정세 영향도 크게 받는다. 과거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해 안보 위기가 고조되면 CDS 프리미엄이 뛰어오른 사례가 많았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도 최근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CDS 프리미엄이 출렁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잇단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본 이후 재무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왔다. 크레디트스위스의 1년물 CDS 프리미엄은 이달 3일 한때 5%를 돌파해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국 4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세계 금융위기로 번진 2008년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금융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크레디트스위스 경쟁사인 UBS의 CDS 프리미엄까지 동반 급등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