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단풍 색깔이 다른 이유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기도 하며, 독서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가을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풍'이 아닐까 한다. 김영란의 시에서처럼 장독대(장광)에 무심코 떨어진 붉게 물든 감잎을 보고 탄성을 자아내게도 한다.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리
바람이 차지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것네
- 김영란, 오매 단풍 들것네 -
단풍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단풍 색깔이 저마다 다름을 알 수 있다. 은행나무 아카시나무 호두나무 생강나무 자작나무는 노란색으로, 신나무 옻나무 담쟁이덩굴 화살나무는 붉은색으로 물든다. 단풍색이 나무마다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가을이 되어 일조량이 줄어들고 날씨가 서늘해지면 나무는 본격적으로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낙엽수의 대표적인 월동 준비는 나뭇잎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가을이 오면 낙엽수는 잎과 나뭇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든다. 떨켜층이 만들어지면 잎에서 만든 양분이 줄기나 뿌리로 전달되지 않고 반대로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잎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여름내 잎을 푸르게 했던 초록색 엽록소는 분해되고 초록색에 가려져 있던 나뭇잎의 본래 색소 성분들이 점차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아카시나무처럼 단풍색이 노란색을 띠는 것은 엽록소가 파괴된 뒤 남아 있던 카로틴(Carotene)과 잔토필(Xanthophyll) 때문이고, 은행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따위가 황금빛 노란색을 띠는 것은 카로틴과 잔토필 외에 타닌이란 색소가 더 있기 때문이다. 붉은색 단풍은 노란색 단풍과 달리 안토시아닌(Anthocyanin)이라는 색소의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색소는 해로운 자외선을 막고 햇빛에 지나치게 노출되지 않도록 나무를 보호하는 일종의 차광 역할을 하는 동시에 나뭇잎의 세포가 가을 추위에 쉽게 얼지 않도록 보호하는 부동제 역할도 한다.
사실 단풍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요인은 온도와 햇빛 그리고 수분 공급이다. 낮과 밤의 온도 차가 커야 하지만 그렇다고 영하로 내려가면 안 된다. 또한 하늘은 청명하고 일사량이 많아야 한다. 특히 붉은빛 안토시아닌은 영하로 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기온이 서서히 내려가야 가장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치게 건조하지 않은, 알맞은 습도가 제공돼야 아름답게 물든 붉은 단풍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환경도 단풍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온이 내려간 상태에서 비가 오면 잎이 충분히 물들기 전에 떨어지게 되고, 반대로 너무 건조할 경우 단풍이 들기도 전에 잎이 말라버리고 만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단풍이 곱게 물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환경으로 꼽힌다.
올가을 우리는 어떤 단풍을 보게 될지 기다려진다. 가족들과 가까운 산으로 단풍 여행을 떠나보자. 울긋불긋한 단풍을 바라보며 감동하고 곱디고운 단풍을 선물한 우리나라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도 가져보자. 기억해 주세요 가을이 오면 낙엽수는 잎과 나뭇가지 사이에 떨켜층을 만든다. 떨켜층이 만들어지면 잎에서 만든 양분이 줄기나 뿌리로 전달되지 않고 반대로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잎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여름내 잎을 푸르게 했던 초록색 엽록소는 분해되고 초록색에 가려져 있던 나뭇잎의 본래 색소 성분들이 점차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