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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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한 사람의 거룩한 꿈이 이룬 아름다운 숲](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AA.31231763.1.jpg)
지구 위기 때문에 답답한 가슴이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으면 힐링되면서 해결책을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자신이 살던 오트 프로방스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목격한 일을 소설화한 것이다. 단편소설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긴 여운이 따라다닌다. 애초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발표했던 이 작품은 13개 언어로 번역됐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황무지에 나무 심는 남자소설 속 화자 ‘나’는 여행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산지대로 여행을 떠난다. 해발 1300m 산악지대의 헐벗고 단조로운 황무지를 걷고 또 걷는 동안 마실 물이 떨어져 고생하다가 가까스로 양치기를 만난다. 황무지 위에 돌로 만든 집에서 혼자 사는 양치기와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가려면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걸어야 할 정도로 고즈넉한 곳이다.
하루를 더 묵는 동안 나는 양치기가 고르고 고른 도토리 100개를 황무지에 심는 모습을 지켜본다. 양치기가 3년 전부터 심은 도토리는 10만 개, 그 가운데 2만 개가 싹을 틔웠다. 양치기는 그중 절반은 죽고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자라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나이 55세인 양치기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고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며 시름을 달래고 있다. 앞으로 너도밤나무와 자작나무도 심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떠나온 나는 5년 동안 전쟁터에서 싸우느라 황무지와 양치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숲이 삶을 불러왔다5년 뒤 산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을 때 황폐한 마을 너머 멀리 회색빛 안개 같은 것이 융단처럼 산등성이를 덮고 있었다. 떡갈나무들이 부피에보다 더 키가 자랐던 것이다. 아무런 기술과 장비 없이 오직 한 사람의 영혼과 손에서 나온 작품을 보며 나는 깊은 감동을 느낀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자란 너도밤나무도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자작나무도 숲을 이룬 상황이었다.
마을로 내려오다가 늘 말라 있던 개울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본 나는 ‘자연이 그렇게 멋진 변화를 잇달아 만들어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며 감탄한다. 물이 다시 나타나자 버드나무와 갈대, 풀밭과 기름진 땅, 꽃 그리고 삶의 이유 같은 것들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가 아주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습관처럼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아무런 놀라움도 주지 못했다.

장 지오노는 20년에 걸쳐 다듬고 또 다듬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를 사랑하게 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거룩한 목표를 세우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기적과 희망이 깃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도 선한 결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