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올여름 세계가 이상 기온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석 달 동안 폭우가 내린 파키스탄은 전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고, 500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저수지가 말라붙은 유럽에서는 유적이 발견되는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115년 만의 폭우로 서울 강남이 물에 잠기고, 힌남노 태풍으로 경북 포항지역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지구를 위협하는 온난화는 가시광선은 통과시키지만 적외선은 흡수해버리는 이산화탄소의 증가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탄산가스의 막이 우주로 내보내는 복사열을 차단해 온실효과를 만들어내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의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아열대와 반건조지대의 식량 생산이 크게 줄어들고,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낮은 지대가 침수되는 심각한 사태가 올 수 있다. 이산화탄소의 양이 무섭게 증가하는 이유는 화석연료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다 나무를 마구 베어 삼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의 대형 산불과 함께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 열대림이 파괴되는 것도 큰 문제다.
지구 위기 때문에 답답한 가슴이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으면 힐링되면서 해결책을 생각하게 된다. 이 작품은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가 자신이 살던 오트 프로방스의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목격한 일을 소설화한 것이다. 단편소설이어서 금방 읽을 수 있지만 책을 덮고 나면 긴 여운이 따라다닌다. 애초에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발표했던 이 작품은 13개 언어로 번역됐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세계인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황무지에 나무 심는 남자소설 속 화자 ‘나’는 여행자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고산지대로 여행을 떠난다. 해발 1300m 산악지대의 헐벗고 단조로운 황무지를 걷고 또 걷는 동안 마실 물이 떨어져 고생하다가 가까스로 양치기를 만난다. 황무지 위에 돌로 만든 집에서 혼자 사는 양치기와 하룻밤을 지내게 된다.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가려면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걸어야 할 정도로 고즈넉한 곳이다.
하루를 더 묵는 동안 나는 양치기가 고르고 고른 도토리 100개를 황무지에 심는 모습을 지켜본다. 양치기가 3년 전부터 심은 도토리는 10만 개, 그 가운데 2만 개가 싹을 틔웠다. 양치기는 그중 절반은 죽고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자라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나이 55세인 양치기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죽고 아내마저 세상을 떠나자 황무지에 나무를 심으며 시름을 달래고 있다. 앞으로 너도밤나무와 자작나무도 심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그곳을 떠나온 나는 5년 동안 전쟁터에서 싸우느라 황무지와 양치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숲이 삶을 불러왔다5년 뒤 산으로 가는 길에 들어섰을 때 황폐한 마을 너머 멀리 회색빛 안개 같은 것이 융단처럼 산등성이를 덮고 있었다. 떡갈나무들이 부피에보다 더 키가 자랐던 것이다. 아무런 기술과 장비 없이 오직 한 사람의 영혼과 손에서 나온 작품을 보며 나는 깊은 감동을 느낀다. 어깨에 닿을 정도로 자란 너도밤나무도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자작나무도 숲을 이룬 상황이었다.
마을로 내려오다가 늘 말라 있던 개울에 물이 흐르는 것을 본 나는 ‘자연이 그렇게 멋진 변화를 잇달아 만들어내는 것을 처음 보았다’며 감탄한다. 물이 다시 나타나자 버드나무와 갈대, 풀밭과 기름진 땅, 꽃 그리고 삶의 이유 같은 것들이 되돌아왔다. 그러나 이 모든 변화가 아주 천천히 일어났기 때문에 습관처럼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아무런 놀라움도 주지 못했다.
매년 산을 찾아간 나는 부피에가 실의에 빠지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의심을 품는 걸 본 적이 없다. 너무나 외롭게 살아 말년에 말하는 습관을 잃어버리기까지 했지만 그의 숲 사랑은 나날이 깊어만 갔다. 당국에서는 부피에가 가꾼 산을 ‘저절로 자란 천연 숲’으로 생각해 보존을 결정했고, 숲으로 인해 조성된 인근 마을에서 1만 명 넘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장 지오노는 20년에 걸쳐 다듬고 또 다듬은 작품을 발표하면서 “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무를 사랑하게 하기 위해, 더 정확히 말하면 나무 심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썼다”고 밝혔다. 이 소설은 거룩한 목표를 세우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면 기적과 희망이 깃든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도 선한 결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