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지워지는 볼펜의 원리, 류코 염료

![[과학과 놀자] 영수증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화학물질의 요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01.31244048.1.jpg)
사실 볼펜 끝에 달린 지우개로 글씨를 지운다기보다 지우개로 문질러 마찰열을 발생시켜 글씨의 색을 변화시킨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공교롭게도 지워지는 볼펜으로 문서를 작성했고, 문서를 보관해둔 곳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잉크 색이 흐릿하게 변한 것이었다.
지워지는 볼펜의 잉크에 쓰이는 ‘류코 염료’는 우리 생활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영수증 용지나 놀이공원 입장권, 공연 티켓, 팩스 용지 등에 사용되는 ‘감열지’에도 류코 염료를 이용한다. 감열지는 열을 가하면 검은색 잉크가 나타나는 종이다. 감열지 앞면에는 투명한 색의 류코 염료와 현색제, 증감제가 결합하지 않은 채 골고루 섞인 물질이 발라져 있다. 현색제는 류코 염료와 결합하면 색을 나타내게 하며, 증감제는 현색제가 반응하는 온도를 낮춰주는 물질이다.
감열지에 일정 온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현색제가 녹으면서 현색제와 류코 염료가 결합해 검은색이 나타난다. 감열식 프린터기는 이 원리를 이용해 감열지에 글씨와 바코드 등 원하는 정보를 표시한다. 감열식 프린터가 아니더라도 감열지로 만든 영수증을 손톱으로 긁으면 긁는 모양대로 검은색 선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톱으로 긁은 부분에 마찰열이 발생해 현색제가 녹으면서 류코 염료와 결합해 검은색으로 나타난다.
![[과학과 놀자] 영수증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화학물질의 요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01.31244047.1.jpg)
그렇다면 이름이 왜 노카본지(no-carbon paper)일까. 노카본지가 발명되기 전에는 종이 뒷면에 ‘카본(carbon·흑연)’을 바른 카본지를 사용해 글씨를 복사했다. 우리가 흔히 ‘먹지’라고 부르는 종이인데, 현재도 간이영수증지 등에 사용되며 두 장의 종이가 겹쳐 있다. 첫 번째 종이의 뒷면에 흑연가루가 발라져 있으며, 연필이나 볼펜 등으로 첫 번째 종이에 글씨를 쓰면 압력에 의해 두 번째 종이 윗부분에 흑연이 옮겨붙어 동일한 글씨가 써진다.
![[과학과 놀자] 영수증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화학물질의 요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AA.31198473.1.jpg)
온도, 압력과 같은 조건에 따라 현색제와의 결합이 바뀌어 색이 변하는 류코 염료의 성질을 이용한 생활용품은 학용품, 감열지 등 우리 생활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와 같이 화합물의 성질을 이용한 다양한 물건은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질은 원소와 화합물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이 사용한 물건들에 숨어 있는 화학 원리를 찾아보자.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영수증 글씨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건 화학물질의 요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AA.31198509.1.jpg)
유가연 구리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