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긴축 외치며 300만원 현금 주는 '청년 도약준비금' 타당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AA.31076011.1.jpg)
청년 취업난도 미증유의 이런 복합적 경기침체, 위기 상황과 결부시켜 봐야 한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니 해법은 더 어렵다. 가뜩이나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구직 청년이 자포자기 심정으로 희망의 끈을 놓게 하지 말자는 취지다. 정부가 어떻게든 나서야 하고 위기의 청년들을 도와야 할 판이다. 찬밥 더운밥 가릴 상황이 못 된다. 막연히 구직 청년에게 정부 예산을 나눠주는 식이 아니라 기업이 운영하는 직업 프로그램의 이수자 등을 대상으로 정부 격려금을 주자는 것이다. 삼성, SK 등에 그런 구직 프로그램이 있다.
이전 정부의 관제 일자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빈 사무실을 지키며 전등이나 끄게 하고 주는 가짜 일자리 만들기와는 다른 지원책이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사와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는 청년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어떻게든 도와야 한다. 구직·구인 시장에는 매년 새로운 청년들이 나오고 있어 한번 시기를 놓쳐 구직을 포기한 청년이 누적되면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된다. 방치하면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창업이나 취업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를 낼 수 있다.[반대] 예산은 한정, 지출 구조조정도 절실…기술교육·창업 공간 지원이 실효어려운 시기에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확대는 필요하다. 청년 취업 대란의 실상을 직시하며 고용을 장려하자는 취지도 나무랄 수 없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의 어려움은 특히 더 절절하다. 어려운 청년에 대한 지원에 문제 제기를 하는 게 야박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예산, 즉 국가의 가용 재원은 한정돼 있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긴축을 천명하면서 건전재정을 달성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어 집권했다.
그러면 그런 주장과 원칙에 맞게 예산을 써야 한다. 현금을 나눠주는 게 청년 고용 증진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일인가. 정책이 되려면 실증적으로 예산 집행 효과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쓸 예산은 제한돼 있는데 그런 검증도 없이 지출하겠다니 인기영합형 지출이라는 비판이 따르는 것이다. 차라리 이런 방식 대신에 청년 고용 촉진을 위한 무상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스타트업과 창업 준비생을 위해 교통과 편의 기반이 좋은 도심지에 저비용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은 어떤가. 현금 대신 이런 지원이라면 퍼주기라는 비판이 나오지 않는다. 고용노동부와 산하 공단들이 전문가를 최대한 동원하는 직무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교육부도 대학 등의 취업 역량을 배가하는 데 한정된 예산을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 관제 일자리에 대한 비판도 결국은 예산 배분에서의 우선순위에 관한 문제 제기였다. 아울러 성과 점검도 없는 예산 집행은 지양하자는 것이었다. ‘5000만원 청년도약계좌’가 시행도 전에 ‘고소득 금수저’만 유리하다는 형평성 논란을 유발한 이유가 무엇이었나. 국회 예산정책처까지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개인별 월 수십만원의 재원에 의문표를 달며 공정성·실효성이 다 의심된다는 보고서를 냈다. 청년도약계좌도 도약준비금도 공약이라는 이유로 서두를 사안이 못 된다. 공약으로 국정과제가 됐다고 해도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완급·경중·선후는 바뀔 수 있다. 그게 융통성 있는 행정이다.√ 생각하기 - '건전재정' 역설한 정부, 기업투자 유도해 일자리 창출하는 게 정석
![[시사이슈 찬반토론] 긴축 외치며 300만원 현금 주는 '청년 도약준비금' 타당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AA.30636779.1.jpg)
정부는 현금 지원에 나설 게 아니라, 오히려 시·도 지자체가 하는 선심 정책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같은 금액으로 300만원을 주는 ‘서울청년수당’ 같은 지자체의 현금 지원을 좀 더 생산적인 데 쓰도록 유도해야 하는 게 중앙정부다. 다양한 직무교육은 늘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노동·고용시장의 개혁도 함께 중요하다. 그런 방식으로 기업의 좋은 일자리가 더 나오게 하면서 건전재정을 넘겨줘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진짜 청년대책이다. 어려울수록 오히려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