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자산

재고자산 중엔 시중에 바로 팔 수 있는 상품도 있고 생산 과정에 필요한 반제품과 원재료 등도 있는데, 삼성전자는 상품 재고의 증가율(43.1%)이 유독 높았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작년 말 4.5회에서 올 6월 말 4.0회로 하락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매출원가를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높을수록 재고가 금세 팔려나가 매출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은 반년 새 33.2% 불어나 6월 말 기준 11조8787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발표 행사에서 D램, 낸드플래시 등의 재고 수준이 높아졌다며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TV용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41.0% 급증한 4조72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 재고자산 회전율은 8.9회에서 5.4회로 떨어졌다.
이런 현상에는 두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이 세계적 공급망 차질에 대응해 원재료를 적극적으로 비축한 데다 수요 위축으로 TV, 스마트폰, 반도체 등 상품 재고가 함께 늘었다. 적정 재고 필요하지만, 너무 많아지면 애물단지기업은 적기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재고가 지나치게 쌓이면 경영상 비효율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관리·운영비용이 늘어나고 업황 변동에 취약해져 경영 의사결정에 많은 제약이 생긴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재고를 줄이지 못하면 회사 수익성을 마구 갉아먹게 된다.

부쩍 높아진 재고 상황을 고려해 시설투자 계획을 재검토하는 기업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충북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반도체 업황을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급망·물류 차질 문제로 상품과 원재료 재고를 축적하면서 재고자산이 늘어난 경향이 있다”며 “수요 둔화 상황을 고려해 재고 정상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