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1962년 제정된 건축법은 1970년 개정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지하층을 건설하도록 했다. 만에 하나 전쟁이 나면 ‘벙커’로 쓸 목적이었다는 게 건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곳을 거주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건 1975년 건축법이 다시 개정되면서다. 당시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56.3%. 턱없이 부족한 주택을 확충하는 보조 수단으로 반지하를 동원한 것이다. 1980년대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합법화되면서 반지하에 독립된 가구가 사는 거주 형태가 일반화됐다.
반지하 주택이 서울에 집중된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주거비다. 국토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수도권 저층주거지 지하주거 임차가구의 평균 소득은 182만원으로 아파트 임차가구(351만원)의 절반에 그쳤다. 저소득층(74.7%)과 비정규직(52.9%)이 많고, 노년 가구주(19.2%)와 자녀양육 가구(22.1%) 비중도 다른 주거 형태보다 높았다. 반지하는 내부 환경은 불편하지만 도심과 가깝고 교통 등의 여건은 좋은 경우가 많다. 결국 반지하만큼 값이 싸면서 입지도 괜찮은 거처가 있어야 세입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올 유인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주거금지 방향 옳지만… 정교한 이주대책 필수”서울시가 ‘반지하 퇴출’이라는 대원칙을 내놨을 뿐 기존 세입자의 대체 주거지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실효성 논란도 일고 있다. 반지하 주택이 몰려 있는 서울 신림동, 응암동, 사당동에선 같은 건물이어도 반지하와 지상층 월세가 최고 2.5배 차이 난다. 월세가 비슷해도 수천만~수억원의 추가 보증금이 들어간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반지하에 사는 것이기 때문에 반지하를 없애려면 이주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