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10)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인기를 끈 한국 농기구가 있다.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미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원래 대량 재배에 최적화된 농기구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집 근처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취미가 유행하면서 잡초 뽑기, 씨앗 심기 등 소규모 재배에 사용할 수 있는 호미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외귀호미(왼쪽)와 양귀호미
외귀호미(왼쪽)와 양귀호미
호미는 한반도에서 고대부터 사용하던 농기구다. 석기 시대 유물 중에서도 호미와 비슷한 모양의 도구가 있고, 고려속요 등 문학 작품에도 호미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선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호미가 발달했다. 호미를 써 본 서양인들은 ‘편리하고 튼튼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호미가 편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과학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호미의 날은 ‘ㄱ’자로 꺾인 예각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호미 날이 바닥에 닿을 때 마찰력이 줄어들어 작은 힘으로도 흙을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다. 또 흙을 파거나 잡초 뿌리를 제거할 때 지렛대 원리를 활용해 최소한의 힘으로 작업할 수 있다. 서양엔 작은 모종삽은 있지만, 호미처럼 날이 꺾인 모양의 농기구는 없었다고 한다. 서양인들이 호미에 열광하는 이유다.

호미 날은 쇠로 돼 있고 손잡이는 나무 재질이다. 따라서 날 부분이 무겁다. 그러나 호미 날이 손잡이에 깊이 박혀 있어 호미로 일할 땐 무게중심이 손잡이 쪽으로 이동한다. 이런 구조는 흙을 파는 것과 같은 상하 왕복 운동을 할 때 힘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준다.

요즘은 호미를 만드는 일도 기계화가 많이 이뤄졌다. 그러나 호미의 날을 가다듬고 정교하게 구부리는 일은 경험 많은 대장장이가 직접 한다.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호미는 조상들의 지혜와 과학 원리가 담긴 우리 고유의 농기구라고 할 수 있다.

신영순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