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
-
과학과 놀자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 어느 쪽이 더 빨리 얼까?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11)더운 여름날 물이나 음료수에 얼음을 띄워 마시면 정말 시원하죠? 만약 얼음이 없다면 여름을 나기가 훨씬 더 힘들 거예요. 얼음 틀에 물을 가득 담아 냉동실에 넣어 두면 시원한 얼음을 만들 수 있죠.얼음과 물은 똑같이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뤄진 분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냉동실처럼 주변 온도가 차가운 곳에서는 이 분자들이 모여 육각형 모양의 구조를 만들고, 이것이 결정을 이뤄 단단한 얼음이 만들어집니다.반대로 따뜻한 곳에서는 이 구조가 약해지면서 얼음이 흐물흐물 녹아 버려 물로 바뀌지요.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물 분자들이 주변에 열에너지를 빼앗기면서 안정된 구조를 만들게 되는 반면,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주변으로부터 열에너지를 흡수한 분자들이 안정된 구조를 벗어나 활발히 운동하기 때문입니다.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 볼게요.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동시에 냉동실에 넣으면 어느 쪽이 더 빨리 얼음이 될까요? 언뜻 생각하기엔 차가운 물이 빨리 얼 것 같죠. 얼음이 차가운 성질을 지녔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답니다.1963년 탄자니아에 에라스토 음펨바라는 학생이 있었어요. 이 학생은 학교 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중 따뜻한 우유와 설탕을
-
과학과 놀자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국 농기구, 호미에 담긴 과학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10)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인기를 끈 한국 농기구가 있다. 우리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미다. 국토가 넓은 미국은 원래 대량 재배에 최적화된 농기구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 등의 영향으로 집 근처 텃밭이나 정원을 가꾸는 취미가 유행하면서 잡초 뽑기, 씨앗 심기 등 소규모 재배에 사용할 수 있는 호미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호미는 한반도에서 고대부터 사용하던 농기구다. 석기 시대 유물 중에서도 호미와 비슷한 모양의 도구가 있고, 고려속요 등 문학 작품에도 호미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선 지역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호미가 발달했다. 호미를 써 본 서양인들은 ‘편리하고 튼튼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호미가 편리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과학 원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호미의 날은 ‘ㄱ’자로 꺾인 예각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호미 날이 바닥에 닿을 때 마찰력이 줄어들어 작은 힘으로도 흙을 깊게 파고 들어갈 수 있다. 또 흙을 파거나 잡초 뿌리를 제거할 때 지렛대 원리를 활용해 최소한의 힘으로 작업할 수 있다. 서양엔 작은 모종삽은 있지만, 호미처럼 날이 꺾인 모양의 농기구는 없었다고
-
과학과 놀자
과학과 예술의 결합, 한 폭의 그림 같은 미세 과학의 세계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9)과학은 객관적인 사실을 발견하고 보편타당한 원리를 찾아내는 학문 분야다. 반면 예술은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활동으로, 주관적이고 모호하다. 이처럼 과학과 예술은 서로 반대되는 성격을 지녔지만,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과학사를 돌아보면 예술적 상상력이 과학적 발견을 자극했고, 과학 지식이 예술에 적용돼 더욱 다양한 작품을 탄생시켰다.오늘날에는 과학과 예술의 융합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현미경으로만 관찰할 수 있는 세계를 연구하는 과학 분야를 ‘미세 과학’이라고 한다. 미세 과학은 때때로 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생명 활동을 형광 현미경으로 촬영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 보이는 것이다. 생물의 세포와 세균 등은 자외선이나 가시광선을 받았을 때 빛을 내는 ‘형광 현상’을 일으키는데, 형광 현미경을 활용하면 이런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그림은 태어난 지 5일 된 생쥐의 망막 혈관이 성장하며 뻗어 나가는 과정을 촬영한 것이다. 초록색 빛을 내는 망막 혈관과 붉은색 빛을 내는 혈관 주위 세포가 뒤섞인 모습이 물감을 칠해 놓은 것처럼 보인다. 생물의 세포, 동식물의 성장 과정, 꽃가루의 표면 등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형광 현미경이 포착한 장면은 생명을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게 한다.과학 기술의 변화는 예술의 성격도 바꾸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예술도 현실 세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물리적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 등 가상 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런 현상은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
과학과 놀자
한국 최초 달 탐사에 나서는 '다누리'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8)지난 6월 21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누리호에 이어 우주를 향한 또 한 번의 큰 발걸음이 예정돼 있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인 ‘다누리’가 오는 8월 3일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우주탐사 경쟁이 치열했던 냉전시대에 미국은 패권을 잡기 위해 우주 개발에 몰두했다. 그 결과 아폴로11호를 세계 처음으로 달에 착륙시켰다. 그 후로도 몇 번 더 달에 가서 실험 장비를 설치하고 월석을 지구로 가져와 분석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뒤 아폴로 프로젝트는 중단됐으며, 이후 달에는 그 누구도 가지 않았다.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달에는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하지만 지구에 매장량이 많지 않은 희토류가 풍부하다. 달은 화성 탐사를 위한 중간 기지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달에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차근차근 달 탐사 프로젝트를 준비해 왔다.다누리는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미 우주군 기지에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발사체 팰컨9에 실려 우주로 나간다. 다누리는 ‘부메랑 방법’이라고 불리는 탄도 달 전이(BLT·Bal
-
과학과 놀자
미꾸릿과 어류의 천국 한반도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6) 지난달 울릉도를 방문해 생태 환경을 조사하다가 민물고기인 미꾸리를 발견했다. 화산암 지형인 울릉도는 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들어 민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 곳에서 미꾸리를 발견하니 참 반가웠다. 예전에 육지에 살던 미꾸리를 가져다 울릉도 하천에 풀어 놓은 일이 있는데, 이번에 보고 온 미꾸리는 그들의 후손일 것이다.미꾸리는 미꾸라지와 같은 ‘미꾸릿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미꾸릿과 어류는 약 2200만 년 전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인류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우리나라에는 미꾸리와 미꾸라지를 포함해 총 17종의 미꾸릿과 어류가 살고 있다. 이들의 조상은 오랜 옛날 중국 황허와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살았던 물고기다. 이들은 과거 어느 시점에 강의 지류(큰 강에서 갈라진 작은 물줄기)를 따라 한반도에 들어왔을 것이다. 그러다 해수면 상승, 지진 등으로 지형이 바뀌면서 서로 떨어져 살게 됐을 것이다. 그렇게 떨어져 살게 된 민물고기는 다시 한데서 만나기 어렵다. 자신이 살고 있는 강의 물줄기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정한 수계(큰 강의 물줄기)에 갇혀 살면서 환경에 맞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진화한다.따라서 원래는 같은 종이었던 물고기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종이 되곤 한다. 우리나라에 사는 미꾸릿과 어류도 서식하는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미꾸릿과 어류는 지리적으로 분리돼 살아가는 생물이 서로 다른 종으로 나뉘는 ‘종 분화’의 구체적인 사례다. 별로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은 물고기에도
-
과학과 놀자
우리 조상들의 냉장고, 석빙고에 담긴 과학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5)음식을 신선하고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는 특히 여름철에 없어선 안 될 생활필수품이다. 우리 조상들에겐 냉장고는 없었지만 더운 여름에도 얼음을 보관할 수 있는 특수한 시설이 있었다. 바로 ‘석빙고(石氷庫)’다. 돌로 지은 얼음 창고라는 뜻이다.경주 석빙고(보물 제66호)는 1471년 만들어졌으며, 내부는 길이 14m, 폭 6m, 높이 5.4m 크기다. 땅을 깊게 파고 들어간 반지하의 화강암 건축물로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하고, 내부를 서늘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석빙고 지붕은 2중 구조인데 바깥쪽은 단열(열의 이동을 막음) 효과가 높은 진흙으로, 안쪽은 열전달이 잘되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지붕 바깥쪽에는 잔디를 심어 태양열이 석빙고 내부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차단했다.내부 천장에는 아래쪽 구멍은 넓고 위쪽 구멍은 좁은 직사각형 기둥 모양의 환기구가 세 개 있다. 더운 공기는 위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향하는 성질이 있는데, 석빙고 내부 온도가 올라갈 경우 위쪽 더운 공기는 천장 환기구로 나가고 아래쪽 찬 공기는 계속 머물도록 한 것이다.또 얼음 사이에는 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 왕겨와 짚을 넣어 얼음이 녹지 않도록 했다. 얼음이 약간 녹았을 때는 융해열로 주변 열을 흡수해 왕겨와 짚의 안쪽 온도가 낮아지면서 얼음을 더 잘 보관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석빙고는 여름철에도 냉기를 유지했다.<삼국사기>에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에 왕이 얼음을 보관하라는 명을 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석빙고는 경주 안동 창녕 청도 현풍 영산 해주(북한) 등 일곱 개로, 모두 조선 시대에
-
과학과 놀자
적응과 진화의 왕 곤충의 생존 전략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4)우리는 곤충을 작고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기껏해야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신기한 동물 정도로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향해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곤충은 결코 무시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곤충은 약 4억8000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에 비해 인간의 역사는 20만 년밖에 안 된다. 약 2억 년 전 공룡이 살던 시대에도 곤충은 있었다. 곤충은 살기 좋은 온대지방은 물론 무더운 열대지방, 추운 극지방 등 지구상 모든 곳에 분포한다.수로만 따지면 전 세계 생물의 절반이 곤충이다. 열대우림처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워 조사하지 못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지구상 생물의 80%가 곤충일 것이라고 곤충학자들은 말한다. 곤충이 오래도록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나비의 날개 무늬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감추는 역할도 하지만 중요한 기능이 하나 더 있다. 체온 조절이다. 북극에 사는 네발나빗과 나비들은 몸통이 검고, 날개에 검정 무늬가 있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다. 북극의 나비들은 날개로 빛에너지를 흡수해 체온을 유지한다. 반면 더운 지방에 사는 나비들은 빛을 반사하는 흰색 날개를 갖고 있다.초여름 해질녘이 되면 우리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귀찮은 벌레가 있다. 깔따구라는 곤충이다. 깔따구는 남극에도 산다. 깔따구 애벌레는 남극의 차가운 얼음 속에서 2년이나 견뎌내야 어른벌레가 된다. 깔따구 애벌레는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가 추위를 버텨낸다. 나방 애벌레들은 나뭇잎 사이에 숨거나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
과학과 놀자
올 여름엔 '과학 바캉스'를 즐겨보자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3)어느새 2022년이 절반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한 달 반 정도만 더 열심히 공부하면 즐거운 여름 방학을 맞는다.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더위를 식히고 과학 지식도 얻을 수 있는 바캉스 방법을 소개한다. 과학관으로 떠나는 바캉스, ‘과캉스’다. 평소 가고 싶었던 과학관에 가 보는 것도 좋고, 특별히 점찍어 둔 곳이 없다면 가족과 피서를 떠나는 김에 근처에 있는 과학관을 찾아가도 좋다. 국립과학관 5곳(대전, 부산, 대구, 광주, 경기 과천)을 비롯해 종합 과학관만 전국에 29곳이 있다. 자연·생태(40곳), 천문·지질(29곳), 해양(25곳), 우주(9곳), 동물(7곳) 등 주제별 과학관도 많다과학관 위치와 전시 주제에 관한 정보는 전국 과학관 길라잡이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선 주제별, 지역별로 과학관을 찾아볼 수 있다.어느 과학관으로 갈지 정했다면 어떻게 즐길지도 생각해 보자. 과학관 관람은 편한 시간을 택해 자유롭게 할 수도 있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할 수도 있다. 여름에는 과학관마다 상설 전시 외에 특별 전시도 많이 열리니 관심이 가는 특별전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좋다. 과학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면 일정한 수강료를 내고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수강하거나 과학 캠프에 참여해 볼 것을 권한다.과학관에 직접 가는 것이 어렵다면 비대면 관람 체험을 활용할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부분의 과학관이 가상현실(VR) 등을 활용한 온라인 비대면 관람 서비스를 강화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집에서도 전국에 있는 과학관을 둘러볼 수 있다. 올여름엔 과학 속에서 휴식하고 과학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