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11)더운 여름날 물이나 음료수에 얼음을 띄워 마시면 정말 시원하죠? 만약 얼음이 없다면 여름을 나기가 훨씬 더 힘들 거예요. 얼음 틀에 물을 가득 담아 냉동실에 넣어 두면 시원한 얼음을 만들 수 있죠.

얼음과 물은 똑같이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뤄진 분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냉동실처럼 주변 온도가 차가운 곳에서는 이 분자들이 모여 육각형 모양의 구조를 만들고, 이것이 결정을 이뤄 단단한 얼음이 만들어집니다.

반대로 따뜻한 곳에서는 이 구조가 약해지면서 얼음이 흐물흐물 녹아 버려 물로 바뀌지요. 온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물 분자들이 주변에 열에너지를 빼앗기면서 안정된 구조를 만들게 되는 반면, 온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주변으로부터 열에너지를 흡수한 분자들이 안정된 구조를 벗어나 활발히 운동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한 전통시장의 메기가 담긴 통에 놓인 얼음. 연합뉴스
서울 한 전통시장의 메기가 담긴 통에 놓인 얼음. 연합뉴스
여기서 퀴즈를 하나 내 볼게요. 차가운 물과 따뜻한 물을 동시에 냉동실에 넣으면 어느 쪽이 더 빨리 얼음이 될까요? 언뜻 생각하기엔 차가운 물이 빨리 얼 것 같죠. 얼음이 차가운 성질을 지녔으니까요. 하지만 실제로는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빨리 언답니다.

1963년 탄자니아에 에라스토 음펨바라는 학생이 있었어요. 이 학생은 학교 수업 시간에 아이스크림을 만들던 중 따뜻한 우유와 설탕을 섞어 식히지 않고 냉동실에 넣었어요. 그런데 미리 식힌 상태로 냉동실에 넣었을 때보다 더 빨리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진 거예요.

이런 현상에 의문을 품은 음펨바는 어느 날 학교에 강연하러 온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에게 자기가 관찰한 것에 대해 얘기했어요. 오스본은 나중에 실험을 통해 음펨바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했어요. 따뜻한 물이 차가운 물보다 더 빨리 얼음이 된 거예요. 그는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고, 이 신기한 현상은 음펨바의 이름을 따서 ‘음펨바 효과’로 불리게 됐어요.

이후 많은 과학자가 음펨바 효과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어요. 그러나 정확한 원리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채 세계 물리학계의 난제(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어요. 음펨바 효과는 5℃의 물과 35℃의 물을 얼렸을 때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직접 얼음을 만들며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최현숙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