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만약 공부 좀 한다고 으스대는 친구들 앞에서 기가 눌린 채 패배 의식을 갖고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표를 가진 사람의 앞일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만약 공부 좀 한다고 으스대는 친구들 앞에서 기가 눌린 채 패배 의식을 갖고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표를 가진 사람의 앞일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열등감 떨쳐내기 위해 이 악물고 공부했더니…"](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671534.1.jpg)
저를 놓고 싶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나 미래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학교생활을 취미로 생각하고,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고깃집 불판을 닦거나 편의점에서 바코드를 찍고 싶었습니다. 돈을 벌면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이 내 삶에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는 열여섯이었습니다.
입학 성적 173등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공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친구 앞에서 점차 주눅 드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피가 끓었습니다. 열등감을 떨쳐내고 싶어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희망 학교란에 서울대를, 희망 직업란에 검사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이를 보고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한번 더 피가 끓었습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하다 해외 농구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영어가 그나마 만만했습니다. 기초가 없어도 영어 단어 암기는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영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전교 173등 주제에 서울대와 검사를 꿈꾸는 것이 부끄러웠기에 더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죽을 맛이었지만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겼습니다. 두 달 동안 4000개 정도의 단어를 외웠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산책할 때도 단어장을 들고 다녔습니다.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단어는 한데 모아 사진을 찍어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놨습니다. 중학교 때 같이 놀던 친구들은 저더러 미쳤다고 했습니다. 저도 제가 미친 것 같았습니다.
체계 없이 단어만 외우다 두 달 뒤 우연히 접속해본 ESPN. com과 NBA. com에서 기적 같은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다섯 줄 해석하는 데 삼십 분이 걸렸었는데, 10분도 되지 않아 기사를 모두 이해했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네 개밖에 없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공부 재미를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3년을 이를 갈며 살다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지금은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공부 좀 한다고 으스대는 친구들 앞에서 기가 눌린 채 패배 의식을 갖고 살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목표를 가진 사람의 앞일은 그 누구도 예단할 수 없습니다.
저는 막막함에서 오는 두려움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막함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나오고 싶다면 힘껏 발버둥치세요. 여러분은 할 수 있습니다.
최준혁 한양대 사회학과 17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