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의 큰 틀이 흔들리고 재편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조달 원가가 올라가고 영업이익은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바람에 국내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가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2030년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장 가동을 감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한다. 탄소중립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철강·화학·시멘트 업종에서만 400조원(2050년까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설정해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 힘들더라도 그대로 지켜야 할까. 아니면 복합경제 위기라는 특수 사정을 감안해 대폭 수정해야 할까. [찬성] '저탄소 경제' 힘들어도 가야 할 길 기술 개발로 생산 공정 개선해야저탄소 배출의 ‘탄소중립’은 힘들어도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과잉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진행돼 모두가 실감할 정도다. 수목의 남방·북방 한계선이 변하고 있고, 사과를 비롯한 과일의 주산지도 급격하게 북상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을 비롯한 지구온난화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급격한 기온 변화, 강수량의 급변동 등 일기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고 불규칙해지고 있다. 이 모든 게 과잉 탄소 배출로 인한 것이다. 탄소제로로 나아가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커지는 이유다.
한국은 이런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하는 국가 가운데 모범적 나라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노력에 적극 부응해 ‘2030 국가탄소감축목표(NDC) 올리기’를 공식 발표했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탄소중립을 약속하며 연도별 탄소 배출 감축 계획과 목표치를 공언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걸 부인하면 국제사회에 한국이 어떤 나라로 비칠지 생각해야 한다.
저탄소 산업·경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개인과 가정에서 에너지 사용을 합리화하고 정부 등 공공 부문에서도 특별히 각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계의 구조 개편이다. 특히 중후장대한 전통적 제조업은 생산 공정을 획기적으로 변혁해 친환경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기술적 어려움이 적지 않고 비용도 더 들겠지만, 이를 돌파해내면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기왕에 탄소 감축 기술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더 많은 연구를 해 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기업이 이익 내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는 이유로 지금 후퇴하면 기후와 환경 보호라는 인류 생존의 중차대한 과제 달성은 물 건너 갈 수 있다. [반대] 경제 복합 위기에 가혹한 기업부담 애초부터 무리한 목표, 정부가 강행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줄이기로 했던 2021년에만 한국에서 탄소 배출량은 4.2%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로 늘어난 것인데, 기업이 현재 확보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도 이렇게 늘어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기업도 줄이고 싶지만 현재 기술로는 더 줄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한 목표치에 억지로 접근하려면 생산 감축, 즉 공장을 세우는 길뿐이다. 가뜩이나 유례없는 복합 위기가 심해지는 판에 철강 자동차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굶을 것인가. 더구나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런 산업은 대부분 수출기업이다. 심각한 위기 와중에도 우리 경제가 이나마 유지하는 것은 수출의 힘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곡물·육류 같은 식량자원을 사오는 것이다. 무차별로 국제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수출의 힘으로 안정적인 물량 공급에 나서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
논란의 탄소중립기본법은 제정 때부터 문제가 심각했다. 산업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 내 일부 명분주의자가 관변의 ‘환경원리주의’ 그룹과 결탁해 2030년도 감축 목표를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에 생색은 정부가 다 내면서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에 떠넘겨버린 것이다. 이제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애초 탈원전이라는 엇나간 정책을 펴면서 효율성도 없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 자체가 허황한 것이었다. 이렇게 잘못된 정책과 오도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를 수는 없다. 지금처럼 탄소중립 비용을 계속 치르면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길이 없다. 에너지난이 심해지자 탄소 배출이 엄청난 석탄화력 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방향 전환이 보이지도 않나. 기술 개발을 말하지만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탄소 감축 기술은 상용화되려면 아직 멀었고, 배출이 많은 기업은 많은 비용을 들여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생각하기 - 자국 산업 보호 위해 시기 늦추는 국가 많아…원전 등 저탄소 에너지 필요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한국이 그런 약속을 지킨다고 알아줄 국가도 별로 없다. 미국도 2017년 저탄소 이행 계획을 논의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가 2021년 재가입한 적이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60년, 2070년으로 늦춰 잡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지 않은 나라도 적지 않다.
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원전 비중을 확대하면서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정부가 세제·예산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내거는 것도 방법이다. 필요한 과정이라도 기업이 수용할 정도로 속도를 조절하는 게 현실성 있는 정책이다. 현재 저탄소 기술 수준이 뻔한데 자꾸 몰아치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늘어나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어려움만 가중될 것이다. 융통성 있는 정책이 아쉽다. 더구나 지금은 이례적인 복합 위기 와중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한국은 이런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하는 국가 가운데 모범적 나라다. 2021년 문재인 정부는 국제사회의 이 같은 노력에 적극 부응해 ‘2030 국가탄소감축목표(NDC) 올리기’를 공식 발표했다.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탄소중립을 약속하며 연도별 탄소 배출 감축 계획과 목표치를 공언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걸 부인하면 국제사회에 한국이 어떤 나라로 비칠지 생각해야 한다.
저탄소 산업·경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차피 가야 할 길이다. 개인과 가정에서 에너지 사용을 합리화하고 정부 등 공공 부문에서도 특별히 각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산업계의 구조 개편이다. 특히 중후장대한 전통적 제조업은 생산 공정을 획기적으로 변혁해 친환경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기술적 어려움이 적지 않고 비용도 더 들겠지만, 이를 돌파해내면 기술적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 기왕에 탄소 감축 기술이 필요하다면 우리가 더 많은 연구를 해 기술을 선점하고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기업이 이익 내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라는 이유로 지금 후퇴하면 기후와 환경 보호라는 인류 생존의 중차대한 과제 달성은 물 건너 갈 수 있다. [반대] 경제 복합 위기에 가혹한 기업부담 애초부터 무리한 목표, 정부가 강행정부가 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40% 줄이기로 했던 2021년에만 한국에서 탄소 배출량은 4.2%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로 늘어난 것인데, 기업이 현재 확보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해도 이렇게 늘어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기업도 줄이고 싶지만 현재 기술로는 더 줄일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한 목표치에 억지로 접근하려면 생산 감축, 즉 공장을 세우는 길뿐이다. 가뜩이나 유례없는 복합 위기가 심해지는 판에 철강 자동차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굶을 것인가. 더구나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런 산업은 대부분 수출기업이다. 심각한 위기 와중에도 우리 경제가 이나마 유지하는 것은 수출의 힘이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와 곡물·육류 같은 식량자원을 사오는 것이다. 무차별로 국제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수출의 힘으로 안정적인 물량 공급에 나서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을 잊어선 안 된다.
논란의 탄소중립기본법은 제정 때부터 문제가 심각했다. 산업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정부 내 일부 명분주의자가 관변의 ‘환경원리주의’ 그룹과 결탁해 2030년도 감축 목표를 일방적으로 설정했다. 국제사회에 생색은 정부가 다 내면서 그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에 떠넘겨버린 것이다. 이제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애초 탈원전이라는 엇나간 정책을 펴면서 효율성도 없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 탄소제로를 달성한다는 계획 자체가 허황한 것이었다. 이렇게 잘못된 정책과 오도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너무 큰 대가를 치를 수는 없다. 지금처럼 탄소중립 비용을 계속 치르면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길이 없다. 에너지난이 심해지자 탄소 배출이 엄청난 석탄화력 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독일과 네덜란드의 방향 전환이 보이지도 않나. 기술 개발을 말하지만 하루아침에 가능한 일이 아니다. 탄소 감축 기술은 상용화되려면 아직 멀었고, 배출이 많은 기업은 많은 비용을 들여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생각하기 - 자국 산업 보호 위해 시기 늦추는 국가 많아…원전 등 저탄소 에너지 필요국제사회에 한 약속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 한국이 그런 약속을 지킨다고 알아줄 국가도 별로 없다. 미국도 2017년 저탄소 이행 계획을 논의한 ‘파리협정’에서 탈퇴했다가 2021년 재가입한 적이 있다. 중국과 인도는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탄소중립 달성 시기를 2060년, 2070년으로 늦춰 잡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내지 않은 나라도 적지 않다.
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는 원전 비중을 확대하면서 탄소 감축 기술 개발에 정부가 세제·예산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과감하게 내거는 것도 방법이다. 필요한 과정이라도 기업이 수용할 정도로 속도를 조절하는 게 현실성 있는 정책이다. 현재 저탄소 기술 수준이 뻔한데 자꾸 몰아치면 기업의 생산비용이 늘어나면서 경제위기 극복에 어려움만 가중될 것이다. 융통성 있는 정책이 아쉽다. 더구나 지금은 이례적인 복합 위기 와중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