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생명과학 연구의 유용한 도구'형광단백질'
백문이 불여일견, 보아야 믿지,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많은 생명과학적 연구와 발견이 17세기 네덜란드 과학자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을 발명한 이후 시작됐다.
특정 단백질의 세포 내 위치 연구에 사용되는 형광물질. 초록과 빨강으로 표지된 두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같은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출처 : (Nature Cell Biology, https://doi.org/10.1038/ncb2822)
특정 단백질의 세포 내 위치 연구에 사용되는 형광물질. 초록과 빨강으로 표지된 두 단백질이 세포 내에서 같은 위치에 있을 경우에는 노란색으로 보인다. /출처 : (Nature Cell Biology, https://doi.org/10.1038/ncb2822)
맨눈으론 볼 수 없는 미생물, 우리 몸속 다양한 기관을 구성하는 세포 등을 눈으로 관찰하게 된 뒤에야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은 질병의 원인체를 규명하고, 그것이 우리 몸속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연구해 치료제를 개발하게 됐다. 현재는 전자현미경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 우리 몸속 세포뿐 아니라 세포 내 소기관, 소기관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유전물질인 DNA까지도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과학과 놀자] 세포에서 단백질의 발현·이동·분해 보여주는 표지자 역할
그렇다면 눈에 보이면 모든 게 해결될까.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세포 속의 핵이며 미토콘드리아 등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해도 그것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떤 상호작용을 해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이해하려면 보다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생명과학에서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가운데 특히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백질이 생명체의 기본 체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일 뿐 아니라 호르몬과 효소, 항체 등 주요 생체 기능을 수행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대부분의 질병이 유전자 변형에 따라 발생하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적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생체 내 주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학 및 의학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지구상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의 수는 천만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하나인 녹색형광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은 그 발견과 개발만으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생명과학의 혁명적 발전에 중요한 도구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녹색형광단백질은 1960년대 일본계 미국인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가 발광 해파리인 에쿼리아 빅토리아(사진)로부터 추출한 단백질로, 해파리의 갓 부분에 존재해 녹색의 형광을 발하는 물질이다. GFP는 상당히 작은 크기의 단백질로, 형광을 발하는 것 외에 생물학적 기능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다. 일견 예쁜 쓰레기로 치부될 수 있는 이 단백질이 생물학적 연구의 혁신적 방법론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GFP를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 특정 단백질의 발현과 위치, 이동과 분해를 관찰하는 데 최적화된 표지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단백질에 GFP를 결합해 세포에 넣으면,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단백질이 결합된 GFP에 의해 형광을 발하게 되고, 형광 현미경으로 살아 있는 세포 또는 생명체 내에서 해당 단백질을 관찰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서 다른 단백질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생물학적 기능이 없는 GFP는 생물학적 표지자로 이용되기에 최적화된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다.

GFP가 발견되고 활용된 이후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의 연구에 의해 다양한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발견되고 만들어졌다. 다른 빛을 내는 두 종류 이상의 형광단백질을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이 세포 내 특정 소기관에 위치하는지를 눈으로 관찰할 수 있고, 바이러스나 세균이 숙주의 어떤 단백질을 매개로 숙주세포에 들어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형광단백질을 변형해 세포 내 생리학적 변화(pH, 염도, 이온농도 등)가 생겼을 경우 발광하는 바이오센서로 개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생명과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게 됐다.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지닌 형광단백질. 생물학 연구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것을 1960년대 85만 마리 이상의 해파리를 잡은 시모무라 교수는 예상했을까.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세포에서 단백질의 발현·이동·분해 보여주는 표지자 역할
생명과학에선 생명체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 중 특히 단백질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단백질이 생명체의 기본 체조직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일 뿐 아니라 호르몬과 효소, 항체 등 주요 생체 기능을 수행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대부분의 질병이 유전자 변형에 따라 발생하는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적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생체 내 주요 단백질에 대한 연구는 생명과학 및 의학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김진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