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생명과학 연구의 유용한 도구'형광단백질'
백문이 불여일견, 보아야 믿지,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이다.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것이 사실관계 확인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말이다. 많은 생명과학적 연구와 발견이 17세기 네덜란드 과학자 안톤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을 발명한 이후 시작됐다.

![[과학과 놀자] 세포에서 단백질의 발현·이동·분해 보여주는 표지자 역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474877.1.jpg)
지구상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단백질의 수는 천만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하나인 녹색형광단백질(GFP: green fluorescent protein)은 그 발견과 개발만으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을 정도로 생명과학의 혁명적 발전에 중요한 도구가 됐다고 평가받는다.
녹색형광단백질은 1960년대 일본계 미국인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가 발광 해파리인 에쿼리아 빅토리아(사진)로부터 추출한 단백질로, 해파리의 갓 부분에 존재해 녹색의 형광을 발하는 물질이다. GFP는 상당히 작은 크기의 단백질로, 형광을 발하는 것 외에 생물학적 기능은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지 않다. 일견 예쁜 쓰레기로 치부될 수 있는 이 단백질이 생물학적 연구의 혁신적 방법론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GFP를 이용해 살아 있는 세포 내에서 특정 단백질의 발현과 위치, 이동과 분해를 관찰하는 데 최적화된 표지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단백질에 GFP를 결합해 세포에 넣으면, 우리가 연구하고자 하는 단백질이 결합된 GFP에 의해 형광을 발하게 되고, 형광 현미경으로 살아 있는 세포 또는 생명체 내에서 해당 단백질을 관찰할 수 있다. 크기가 작아서 다른 단백질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생물학적 기능이 없는 GFP는 생물학적 표지자로 이용되기에 최적화된 단백질이라고 할 수 있다.
GFP가 발견되고 활용된 이후 수많은 과학자와 기술자의 연구에 의해 다양한 형광을 내는 단백질이 발견되고 만들어졌다. 다른 빛을 내는 두 종류 이상의 형광단백질을 이용하면 특정 단백질이 세포 내 특정 소기관에 위치하는지를 눈으로 관찰할 수 있고, 바이러스나 세균이 숙주의 어떤 단백질을 매개로 숙주세포에 들어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런 형광단백질을 변형해 세포 내 생리학적 변화(pH, 염도, 이온농도 등)가 생겼을 경우 발광하는 바이오센서로 개발, 눈으로 확인 가능한 생명과학 연구의 지평을 넓히게 됐다. 무궁무진한 활용도를 지닌 형광단백질. 생물학 연구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것을 1960년대 85만 마리 이상의 해파리를 잡은 시모무라 교수는 예상했을까. √ 기억해주세요
![[과학과 놀자] 세포에서 단백질의 발현·이동·분해 보여주는 표지자 역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28147126.1.jpg)
김진희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