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것이 현재 우리의 가장 큰 경제적 도전이라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평가에 동의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낸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근 경제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인플레이션인데요. 인플레이션이 도대체 뭐길래 바이든 대통령이 싸워야 할 대상으로 언급한 걸까요? 오늘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알아봅니다.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하는 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은 일정 기간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난해부터 라면을 비롯한 각종 생활필수품 가격이 오른 것이 대표적입니다. 불과 하루 전 슈퍼마켓에서 한 봉지에 684원 하던 라면이 다음날 770원으로 바뀐 것이죠. 똑같은 라면 한 봉지에 90원 가까이 더 써야 하니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화폐 가치가 떨어집니다. 반대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화폐 가치가 계속해서 오르는 현상은 ‘디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크게 늘어난 수요를 공급량이 따라오지 못해 발생하기도 하고, 제품 생산 비용이 증가해 제품 가격이 따라 오르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앞서 예로 든 라면값 인상의 경우 라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밀가루, 기름 가격이 크게 오르며 나타난 현상입니다.
세계를 덮친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복합적입니다. 세계의 곡창지대이자 산유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발발하며 곡물 가격과 국제 유가가 크게 뛰었고,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가 지속되며 전 세계 공급망이 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4% 올랐습니다. 13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물가가 크게 오르면 경제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 경제의 ‘악성 암’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우선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면 실질적인 월급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한국만 유독 인플레이션이 심하다면 상품 가격이 오르면서 수출에 불리해지고, 대신 수입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이로 인해 무역수지를 적자로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인플레이션 잡기 위한 ‘빅 스텝’각국 중앙은행은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심해지면 기준금리를 앞다퉈 올립니다. 모든 이자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도 함께 오릅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는 사람은 이자 부담이 커지니 대출을 덜 받으려고 하고, 예금 금리가 올라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은 많아집니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저축에 돈이 몰리면 자연스레 소비는 줄어듭니다. 뿐만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출을 받아 자산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억제되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시장에 풀리는 돈이 줄어듭니다.
Fed는 지난달 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0.5%포인트는 22년 만에 나온 최대폭의 인상률입니다. 이달 또는 다음달에 0.5%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도 매우 높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우리는 계속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 뉴질랜드, 멕시코도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습니다.
이처럼 기준금리가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되는 것을 보폭이 크다는 뜻의 ‘빅 스텝’이라고 부릅니다. 일반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립니다. 이 같은 인상률은 ‘베이비 스텝’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Fed가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데 이 같은 인상은 더 큰 보폭이라는 의미로 ‘자이언트 스텝’이라 부릅니다.
송영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인플레이션이란 무엇인가요?
2. 인플레이션의 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3.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이유는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