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최현배 선생이 국문법의 기초를 다질 때에 비해 근래 들어 ㄴ첨가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국립국어원과 학계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ㄴ첨가 현상의 퇴조를 지적해왔다.

가령 표준발음법에 따르면 ㄴ첨가는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규정한다. 국어에서 2음절 한자어는 통상 합성어도 파생어도 아닌, 두 개의 뜻글자가 모여 하나의 의미 단위를 이룬 단어로 본다. 이런 말은 발음할 때 받침이 흘러내린다. ‘일익/범인/만약/석양/만연/흡열/민요/중요/국유/섬유’(뒷글자가 단모음 ‘이’ 또는 이중모음 ‘야, 여, 요, 유’로 시작해 규정상 ‘ㄴ’이 덧나는 음운환경) 등이 다 그렇다. 그런데 29항 ‘단서’ 조항에서는 ‘검열, 금융’ 같은 2음절 한자어를 ㄴ음이 첨가되는 말([검녈, 금늉])로 구별했다. 언중의 실제 발음이 그렇게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말은 ㄴ을 첨가하지 않은 발음([거멸, 그뮹])도 동시에 가능하게 했다. 이른바 복수표준발음이다.
29항 규정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정열(情熱)’ ‘작열(灼熱)’ 같은 단어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간 경우다. 이들은 아예 ‘ㄴ’ 소리가 첨가된 발음만을 표준으로 삼았다. 현실에서 사람들이 [정열, 자결]로 연음하지 않고 대부분 [정녈, 장녈]로 발음하기 때문이다. 유별나게 발음이 그리 굳어졌으므로 이를 규범으로 수용했다. 근래 들어 점차 ‘ㄴ첨가’ 잘 지켜지지 않아최현배의 예에서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많이 달라진 게 눈에 띈다. ‘암여우, 밭이랑’에서만 ㄴ음이 덧나고, ‘식염[시겸]’과 ‘백열[배결]’에선 아예 연음하는 게 현재 표준발음이다. ‘밤이슬’은 더 큰 논란의 대상이다. 발음규정에 따라 그동안은 [밤니슬]만 표준발음이었다. 지금은 ㄴ첨가가 일어나지 않은, 즉 받침을 흘려서 발음한 [바미슬]도 표준이다. 이 역시 실제 발음이 규칙을 벗어나 주로 연음해 읽는 쪽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100여 년 전 최현배 선생이 국문법의 기초를 다질 때에 비해 근래 들어 ㄴ첨가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립국어원과 학계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ㄴ첨가 현상의 퇴조를 지적해왔다. 2017년 국립국어원에서 ‘밤이슬’을 비롯해 순이익[순니익/수니익], 연이율[연니율/여니율], 감언이설[가먼니설/가머니설] 등 복수표준발음을 대폭 늘린 것도 현실발음을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솜이불’은 여전히 [솜니불]만 표준이고 [소미불]은 비표준으로 남아 있다. 불이행은 어떨까? [불니행](ㄴ첨가)을 거쳐 [불리행](유음화)이 표준발음이다. 하지만 이를 [부리행]으로 연음해 읽는 이가 실제론 더 많을 것 같다. 여기서 국어의 ㄴ첨가 현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ㄴ’음 첨가는 비슷한 환경에 있는 말이라고 모두 일관되게 적

이쯤 되면 ㄴ첨가 현상을 알려면 단어마다 일일이 외워야 한다는 난제에 부닥친다. 그런 단계에서는 규칙으로서의 가치도 잃을지 모른다. 100년을 달려온 우리말 발음 ‘ㄴ첨가’ 현상이 어디에 이르게 될지는 언중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