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정 시즌이 됐다. 그동안 급등한 최저임금에 대한 사회적 ‘성찰’이 있는 가운데 2023년도 최저임금을 오는 6월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 결정 방식은 기존 그대로다. 사용자 측과 근로자 측을 대표한 각각 9명, 그리고 정부 주도의 공익위원 9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산업계와 경영계 등에서는 그동안 급등한 최저임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동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산업 업종별, 지역별, 연령별 차별화까지 요구하는 상황이다. 반면 노동조합 대표 등 근로자 쪽에서는 최근의 물가 급등을 지적하며 오히려 대폭 인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이후 정부가 바뀌면서 공익위원들은 일단 눈치를 보는 분위기가 있다. 인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것도 적지 않은 변수다. 올해도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야 할까. [찬성] 물가급등, 임금 보전 필요…최저임금 위반 사업장 단속도최저임금의 본래 기능을 봐야 할 때다. 지금이야말로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호해주는 것이 사회적 책무고,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동안 최저임금을 많이 올렸다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시급 1만원은 달성하지 못했다. 노동자 생활 보호를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더구나 최근에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왔고, 이미 진행 중이라는 진단도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서민 가계의 최대 적이다. 생활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인 식료품 구입에도 부담을 느끼는 가정이 매우 많다. 교육비와 각종 생활비가 다 올랐다. 임금만 제자리에 머물면 서민 생활이 어렵게 된다. 이제 최저임금은 단순히 근로소득이라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 확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산층 이하의 경제적 하류층이 완전히 무너지면 사회적으로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저임금을 조금 더 올려 서민층이 각기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재정 부담도 덜게 된다. 지금 가뜩이나 취약한 재정에서 더 많은 부담을 줄이려면 이 길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선진국에도 최저임금 제도가 있고, 각국은 적절한 인상 등으로 취약한 근로자층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제도적 배려인 것이다. 대부분 나라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등 여건이 변하면 그에 맞춰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는가.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낭비가 아니다. 근로자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여력도 생기고, 소비 활성화는 경기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선순환 구조로 가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징계를 병행함으로써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도록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반대] 급등한 최저임금 부작용 봐야…업종별 차등화로 제도 보완 먼저인위적으로 올린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컸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적 실행 방안이 이것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두 자릿수로 마구 올린 최저임금의 오류에 대해서는 같은 진영의 소위 ‘진보 경제학자’들도 강한 비판을 쏟아낼 정도였다. 국제적으로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임금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생산성의 결과다. 부가가치를 올려 이익을 내고, 미래 수익이 보장될 때 그 보상으로 받는 것이 임금이다. 그런데 생산성이나 부가가치 수익은 감안하지 않은 채 임금을 올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업자, 고용주가 자기 돈에서 주거나, 빚을 내 지급하거나, 제품을 부실하게 만들면서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 제품의 질이 올라가거나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겠나. 경제 이론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불가능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 단체들과 수많은 경제 전문가가 인위적으로 많이 올리는 최저임금의 문제점을 얼마나 지적해왔나. 당장 일시적으로 작은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취약계층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지금 주력해야 할 것은 최저임금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는 일이다. 최저임금의 차등화가 그것이다. 차등화는 크게 봐서 지역별,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 연령별로 달리 가는 방안이 있다. 이런 차등화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어렵다면 우선 순서라도 정하고 단계별 시행 로드맵을 정해야 한다. 업종별 차별화가 시급하다.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의 산업분류 코드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임금이 생산성의 결과, 수익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 업종별 평균 소득 통계 자료가 있으니 이를 원용하면 된다. 경영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코로나 충격 이후 업종별 명암이 극명하게 바뀌었던 사실과도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 생각하기 - 지역·규모·연령별 차등화도 필요…'일자리 구축' 막는 게 중요 경제가 어려워지고 특히 물가가 치솟으면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는 더 커진다. 억지로 올린 임금이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딜레마다. 최저임금 급등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무섭지만, 당장의 고물가를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은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이다. 지역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을 기본 생활비와 연계시킨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이고 타당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기본이다. 큰 걸림돌은 한국 고유의 평등 의식이다. ‘지역별 우열’ 낙인이라는 오해를 불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가 걸림돌이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령별 차등화는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지만 효과가 떨어진다. 보편적 평등권과 배치되기도 한다.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확대 같은 우회적 방법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더구나 최근에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왔고, 이미 진행 중이라는 진단도 적지 않다. 인플레이션은 서민 가계의 최대 적이다. 생활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기본적인 식료품 구입에도 부담을 느끼는 가정이 매우 많다. 교육비와 각종 생활비가 다 올랐다. 임금만 제자리에 머물면 서민 생활이 어렵게 된다. 이제 최저임금은 단순히 근로소득이라는 차원을 넘어 사회적 안전망 확보라는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산층 이하의 경제적 하류층이 완전히 무너지면 사회적으로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최저임금을 조금 더 올려 서민층이 각기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재정 부담도 덜게 된다. 지금 가뜩이나 취약한 재정에서 더 많은 부담을 줄이려면 이 길은 나쁜 선택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은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많은 선진국에도 최저임금 제도가 있고, 각국은 적절한 인상 등으로 취약한 근로자층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제도적 배려인 것이다. 대부분 나라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등 여건이 변하면 그에 맞춰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는가.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낭비가 아니다. 근로자 소득이 늘어나면 소비 여력도 생기고, 소비 활성화는 경기침체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게 선순환 구조로 가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징계를 병행함으로써 이 제도가 실효를 거두도록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 [반대] 급등한 최저임금 부작용 봐야…업종별 차등화로 제도 보완 먼저인위적으로 올린 최저임금의 부작용이 컸다.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적 실행 방안이 이것이었다. 하지만 수년간 두 자릿수로 마구 올린 최저임금의 오류에 대해서는 같은 진영의 소위 ‘진보 경제학자’들도 강한 비판을 쏟아낼 정도였다. 국제적으로도 잘못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임금이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생산성의 결과다. 부가가치를 올려 이익을 내고, 미래 수익이 보장될 때 그 보상으로 받는 것이 임금이다. 그런데 생산성이나 부가가치 수익은 감안하지 않은 채 임금을 올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사업자, 고용주가 자기 돈에서 주거나, 빚을 내 지급하거나, 제품을 부실하게 만들면서 임금을 올리는 것이다. 그런 제품의 질이 올라가거나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겠나. 경제 이론으로든 현실적으로든 불가능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경제 단체들과 수많은 경제 전문가가 인위적으로 많이 올리는 최저임금의 문제점을 얼마나 지적해왔나. 당장 일시적으로 작은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취약계층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다.
지금 주력해야 할 것은 최저임금 제도의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는 일이다. 최저임금의 차등화가 그것이다. 차등화는 크게 봐서 지역별,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 연령별로 달리 가는 방안이 있다. 이런 차등화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어렵다면 우선 순서라도 정하고 단계별 시행 로드맵을 정해야 한다. 업종별 차별화가 시급하다.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의 산업분류 코드를 따라가는 방법으로 가능하다. 임금이 생산성의 결과, 수익의 분배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 업종별 평균 소득 통계 자료가 있으니 이를 원용하면 된다. 경영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코로나 충격 이후 업종별 명암이 극명하게 바뀌었던 사실과도 결부시킬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법을 고치지 않고도 할 수 있다. √ 생각하기 - 지역·규모·연령별 차등화도 필요…'일자리 구축' 막는 게 중요 경제가 어려워지고 특히 물가가 치솟으면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요구는 더 커진다. 억지로 올린 임금이 물가를 더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딜레마다. 최저임금 급등이 초래하는 부작용이 무섭지만, 당장의 고물가를 외면할 수도 없다. 결국은 최저임금 제도의 개선이다. 지역별 차등화는 최저임금을 기본 생활비와 연계시킨다는 측면에서 현실적이고 타당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기본이다. 큰 걸림돌은 한국 고유의 평등 의식이다. ‘지역별 우열’ 낙인이라는 오해를 불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가 걸림돌이다.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연령별 차등화는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지만 효과가 떨어진다. 보편적 평등권과 배치되기도 한다.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세제·금융지원 확대 같은 우회적 방법도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