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플레이션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전 분기 대비)은 0.7%로 집계됐다. 내수와 투자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이 가까스로 경제를 떠받치는 ‘불안한 성장’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분기별 성장률은 일곱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하긴 했지만 바로 전 분기(1.2%)와 비교하면 0.5%포인트 떨어졌다. 오미크론 대유행과 공급 병목현상 등의 영향으로 민간소비(-0.5%)와 설비투자(-4.0%), 건설투자(-2.4%)가 뒷걸음질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와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4.1% 늘면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3%를 돌파한 데 이어 최근 4%대로 올라섰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4.1% 올랐다. 2011년 12월(4.2%) 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와 외식비 등이 물가 오름세를 이끌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올해 내내 4% 안팎의 상승률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약하다지만…한은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0%로 예상한 바 있다. 남은 분기마다 0.7%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면 연간 3.0% 달성이 가능하지만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분기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령 등이 수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치솟는 물가는 성장률을 더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가가 뜀박질하면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줄고, 그만큼 민간소비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스태그플레이션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슬로플레이션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한은도 이달 내놓을 새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예상치를 기존 3.0%에서 2%대로 낮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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