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7)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섬 하와이에는 마우나로아 관측소라는 곳이 있다. 이 관측소는 지구 상에서 가장 오래 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한 곳이다. 이 곳에서 관측한 이산화탄소 농도를 연도별로 기록한 그래프를 ‘킬링 곡선(Keeling Curve)’이라고 한다. 관측을 시작한 연구자인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이름을 따 그렇게 불리고 있다.

첫 관측은 1958년 3월이었다. 그 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315㏙이었다. ㏙은 공기의 농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100만분의 1을 뜻한다. 이 그래프는 꾸준히 상승해 올해 2월 419㏙까지 올랐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진 것이다. 예전에는 과학 교과서에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0.03%라고 나왔었는데 이제는 0.04%로 수정돼야 하겠다. 201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이미 400㏙을 돌파했으니까.
'킬링 곡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
그래프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모습도 보인다. 최근 5년간(2017년 1월~2022년 2월)의 그래프를 확대해 보면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5월에 가장 높고, 9월에 가장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식물의 광합성에 따른 결과다.

북반구 온대 지역의 식물이 광합성을 활발히 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봄~여름, 즉 5~9월엔 이산화탄소 농도가 줄어들었다가 가을~겨울, 즉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광합성이 약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다시 증가하는 것이다. 계절에 따른 변화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킬링 곡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
킬링 곡선은 단순히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러 연구를 통해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는 지구 평균 기온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킬링 곡선의 상승은 곧 지구 기온 상승을 의미한다.

지구 역사에서 기온이 급격하게 변화한 시기에는 대멸종과 같은 큰 사건이 있었다. 킬링 곡선은 앞으로 지구와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상 생명체에 어떤 미래가 닥쳐올 것이며, 우리는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정원영 국립과천과학관 환경연구사
'킬링 곡선'으로 보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환경교육 석사·박사

저서
'2022 과학은 지금'
'사이다 1: 바다탐험X인어공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