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디지털경제와 일자리
‘목욕물을 버리면서 아기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본질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서양 격언이다. 빠른 기술 변화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와 인공지능(AI)에 의한 일자리 파괴 등 전에 없던 문제들이 생겨나지만, 장기적으로 기술은 성장과 발전의 유일한 동력원이다. 특히 일자리 위협에 대한 우려는 종종 기술 발전의 혜택을 간과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기술혁신은 대부분 노동력 절감으로 이어진다. 주차장 주인이 자동 차단기와 함께 주차증 자동 발급기를 설치할 때 분명 안내원을 줄여 기계 설치비용을 충당했을 것이다. 이런 혁신은 기업에 이득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다.
![[디지털 이코노미] '경쟁'이 촉매…기술 발전해도 일자리는 계속 늘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01.29409321.1.jpg)
자동 차단기와 주차증 자동 발급기 설치로 안내원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게다가 중요한 건 이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을 때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노동 총량이 정해져 있다면 현재 실업률은 99%가 넘었을 것이다. 불과 60~70년 전만 해도 거의 모든 인구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오늘날 농업인구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역사상 계속된 혁신은 새로운 직업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헨리 조지는 이를 두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매와 인간 모두 닭을 먹지만, 매들이 많이 먹을수록 닭의 수는 적어지는 반면 인간의 수가 많아질수록 닭의 수는 더 많아진다는 표현으로, 혁신은 더 많은 사람이 일하기를 원하도록 만드는 유인이 되며 그로 인해 계속해서 일자리가 생겨난다고 설명했다. 낮아지는 임금문제는 일자리가 아니라 임금에 있다. 기술 변화의 결과로 현재 직무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는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더 낮은 임금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늘날 탄광촌은 자동화돼 생산량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노동자 수는 감소했다. 여기서 일하던 광부들은 직업을 바꾸면서 임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주 일부는 전망이 좋은 새 일자리를 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직업에서 이전과 비슷한 급여를 받는 자리에 오르려면 일자리 사다리의 가장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경쟁’이라는 전제기술 발전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나뉨에도 모두에게 이롭게 된다. 비록 기술 발전이 노동자를 기존 일자리에서 밀어내긴 해도, 모든 노동자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으로 낮아진 상품가격 덕에 일부 노동자의 명목소득이 감소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01.21315728.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