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선배가 후배에게

멘탈 관리 없는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끔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대학 생글이 통신] 고3 수험생, 체력 못지않게 멘탈 관리가 중요
고등학교 3학년 생활은 앞으로 여러분 삶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열심히 입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리에 앉아 문제지를 풀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자습을 하면서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그런 생활을 하기란 여간 쉽지 않다는 것 역시 세 번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저로서는 쉽게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멘탈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재작년 재수생이었던 저는 현역의 입시 실패를 반복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쫓기듯 공부했습니다. 그때는 절실함과 절박함이 나에게 채찍질이 되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별다른 멘탈 관리 없이 수험생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됐음을 아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평소보다 한 달 늦은 8월 중순 육군사관학교 1차 학과시험을 보게 됐는데도 불안함을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때는 사흘을 뜬눈으로 지새우고 시험장에 들어갔고, 컨디션 난조로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반면에 삼수할 때는 전보다 편한 마음가짐으로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공부가 안되는 날은 점심쯤 책을 덮고 친구들과 만나 놀기도 하고, 가끔은 시외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돌아다니며 머리를 식혔습니다. 마음가짐과 멘탈이 편해지면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문제를 예로 들면, 답을 맞히는 데 급급한 게 아니라 문제 유형을 분석하고 풀이 과정을 유심히 보면서 풀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마음이 안정돼 괜찮은 결과로 3년의 긴 수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스스로를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삼수를 시작하면서 저는 ‘세 번째 입시까지 망하기야 하겠느냐’며 자신을 믿었고, 그래서 약간의 일탈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수험생의 불안함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적당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여러분도 알 것입니다. 하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불안, 걱정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것도 알았으면 합니다. 가끔은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새로 나온 영화를 보고, 또 늘어지게 늦잠도 자면서 힘들게 입시를 준비하는 자신을 위로하고 정신 건강을 살폈으면 합니다.

입시를 앞두고 힘들게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육체적 건강, 나아가 정신적 건강까지 챙기라고 하는 것이 어쩌면 부담스러운 조언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멘탈 관리 없는 공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가끔은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한창훈 성균관대 인문과학계열 22학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