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群鷄一鶴 (군계일학)
▶한자풀이
群: 무리 군
鷄: 닭 계
一: 하나 일
鶴: 학 학


닭의 무리 중에 있는 한 마리 학
많은 사람 중에 뛰어난 사람
-《진서(晋書)》

역사적으로 시대가 혼란스러우면 속세를 떠나 산으로 숨는 선비가 많았다. 중국 위진(魏晉)시대에도 그런 선비들이 있었는데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대표적이다. 죽림칠현은 위진의 정권교체기에 부패한 권력에 등을 돌리고 죽림에 모여 노자 장자의 무위자연 사상에 심취한 일곱 명의 지식인을 일컫는다. 완적(阮籍)·혜강(康)·산도(山濤)·향수(向秀)·유영(劉伶)·완함(阮咸)·왕융(王戎)이 그들이다.

그중 혜강은 특히 문학 재능이 뛰어났다. 그는 끝까지 세상에 나오기를 거부하다가 왕의 미움을 사 죽임을 당했는데, 당시 그에게는 열 살배기 아들 혜소가 있었다. 혜소는 자라면서 아버지를 닮아 갔다. 세상으로 나와 벼슬살이를 하던 산도가 진나라 무제 사마염에게 혜소를 추천했다.

“《서경》에 이르기를 ‘아버지의 죄는 아들에게 묻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아비 혜강이 처형당했지만 그 일은 아들 혜소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혜소의 재능이 뛰어나니 그를 비서랑에 임명하십시오.” 무제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대가 말하는 사람이라면 비서랑으로 되겠소? 더 높은 벼슬에 앉혀야겠소.”

작가/시인
작가/시인
혜소가 무제에게 부름을 받아 가던 날, 그를 지켜보던 어떤 사람이 왕융에게 말했다. “어제, 구름처럼 많은 사람 틈에서 혜소를 처음 보았습니다. 의젓하고 늠름한 모습은 마치 학이 닭 무리에 있는 듯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 혜강을 잘 알던 왕융이 말했다. “자네는 혜소의 아버지 혜강을 본 적 없겠지? 그는 혜소보다 훨씬 뛰어났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권신 사마의 시절부터 동진이 멸망할 때까지의 진나라 역사 기록을 담은 역사서 《진서(晋書)》에 나오는 얘기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은 닭 무리에 끼어 있는 한 마리 학처럼 ‘평범한 사람들 중에서 유난히 돋보이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삼국지》에서 유래한 백미(白眉)도 여럿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을 가리킨다.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群鷄一鶴 (군계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