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국가공인 자격시험의 공무원 특혜, 정당한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201/AA.28636858.1.jpg)
어떻게든 전문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승진·승급에 유리한 자리만 찾아다니게 하면서 공무원을 ‘제너럴리스트’로 양산할 게 아니라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스페셜리스트’가 많이 나오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진 행정도 가능해진다. 전문가를 지향하는 바람에 승진에서 불리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인센티브를 주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그렇다고 당장 수당이나 급여를 많이 주는 것에도 문제는 따른다. 그래서 민간으로 이직할 경우 ‘우대’해 주는 것이다. 주된 이유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부패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무원은 이런저런 ‘부정 거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유혹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해 전문성을 쌓고 민간에서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현직에서 좀 더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관행 정착을 위해 어느 정도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공무원이 아니라 세무사 변리사 관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공인노무사 등 6개 자격에 혜택을 주는 것이다. [반대] 일부 고난도 과목 시험 면제 혜택 상식선 넘어선 노골적 봐주기‘상식’ 수준의 우대가 아니라 과도한 혜택, 노골적인 봐주기가 문제의 핵심이다. 세무사 시험 응시자가 이 제도에 대해 위헌소송을 낸 사연을 보면 기가 막힌다. 비공무원 일반 응시자의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 따르면, 2차 시험 4개 과목 중 하나인 ‘세법학 1부’에서 ‘과락’(40점 미만) 탈락자가 82%에 달했다. 그런데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의 다수가 이 과목을 아예 면제받은 것이다.
세무공무원 20년 이상 경력자나 10년 이상 근무자 중 5급 이상 경력이 5년이 넘으면 세법학 1·2부 과목을 면제해 주는 특혜 규정 때문이다. 일반 응시생 82%가 과락에 걸려 시험에서 원천 탈락한 과목을 세무공무원 출신은 자동으로 통과했다. 더 큰 문제는 4개 과목 평균 점수 순으로 당락이 결정되는데, 경력 세무공무원이 면제되는 과목이 유난히 어렵게 출제됐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공무원 출신은 면제되는 과목을 매우 어렵게 출제해서 과락으로 비공무원 응시자를 대거 탈락시킨 데 이어 평균 점수에서도 과목 면제자가 유리한 구조를 일부러 만든 것이다. 결국 이 과목 면제자는 평균 점수가 상대적으로 올라가니 과도한 혜택을 이중으로 줬다. 세무사 합격자 중 2차 과목 일부 면제자 비율이 2016~2020년 1.2~4.8%를 오르내렸으나 2021년에는 21.4%로 급등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공인 시험이 이렇게 불공정 논란을 유발하는 게 정당한가. 오랜 준비로 세무사 시험을 치른 비공무원 응시자 3962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무사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공인 전문 자격사 시험에도 이런 특혜가 폭넓게 있는 게 과연 공정한가. 한 분야에 오래 매달렸다면 시험에서 전문 지식을 입증하면 된다. 한 분야에서 그렇게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혜택 아닌가. 과목 면제로도 모자라 시험 난이도 조작까지 했다면 과잉 우대를 넘어서는 범죄 행위다. √ 생각하기 - 입시·자격시험, 최후의 공정 보루 … '불공정 논란' 왜 늘어나나입시와 함께 국가공인 자격증은 공정 문제에 관한 한 한국 사회 최후의 보루다. 수능시험 한 문제 오류로 빚어진 소동만 돌아봐도 그렇다. 그런데도 세무사라는 중요한 자격시험에 위헌 시비까지 따르는 편파 특혜 논란이 있었다면 한국의 공무원은 도대체 어떤 자격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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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