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안녕하세요, 생글생글 독자 여러분. 오늘은 경희대 인문계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경희대는 논술전형 수능최저기준이 4개 과목 중 2과목 합산 5등급 이내로 이 학교의 정시 문턱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논술 문제는 오히려 다른 학교에 비해 어려운 편입니다. 제시문이 평균적으로 난해하고, 가끔씩은 매우 낯선 지문이나 고전,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문학 작품을 출제하기도 합니다. 또한 사회적 쟁점에 대해 잘 알려진 찬반론보다 본질적인 인간과 사회에 관한 주제를 다루며,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주제를 반전시켜 출제해 다각도의 사고를 평가하려 하기 때문에 수험생에게 상당히 까다롭게 다가오는 논술시험입니다.

경희대 논술시험을 쉽게 정리하면 ‘요약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시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 정도를 중점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비교와 평가라는 두 요구 사항도 제시문에 대한 이해와 요약이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제시문을 잘 이해하고 자신의 언어로 환문해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나아가 기본적인 문장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친구들과 서로 답안의 문장 표현을 점검해 주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연도 기출 문제를 받아 여러 번 풀어보기 바랍니다.

오늘 풀어볼 문제는 2021학년도 경희대 수시 논술전형 인문계열 출제 문제입니다. 지면 제약으로 문제는 싣지 않습니다. 경희대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수시 자료실의 전년도 기출 문제를 내려받아 먼저 풀어보기 바랍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1번과 2번의 답안을 나누어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희대 인문논술 1번 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시문 [가]와 [나]의 내용을 요약하고, 논지의 차이를 서술하시오.”(제시문은 경희대 입학처 홈페이지 수시 자료실에서 확인)

경희대 인문계열의 1번은 요약과 비교, 2번은 평가를 주된 유형으로 삼고 있습니다. 1번 문제에 임할 때 여러분이 먼저 해야 할 태도는 ‘공통 주제를 찾는 것’입니다. 공통 주제를 찾지 못하면 제대로 된 요약을 할 수 없습니다. 주제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 주제는 기술사회에서의 ‘감시’입니다. ‘정보기술사회’ ‘기술과 개인’ 등과 같은 주제를 잡은 학생이 실전에서 여럿 보입니다. 그런데 두 제시문은 정보기술사회와 개인보다 더 구체적으로 ‘감시’에 대한 논의를 펼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이나 개인 등에 대한 언급은 너무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공통 주제를 잡았다면 각 제시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해 보세요. 이것을 각 제시문 요약의 첫 문장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가]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 공유에 의한 감시체제를 인권침해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 정보화 사회가 쌍방향 감시체제를 보장해 탈파놉티시즘 사회를 만든다.


두 제시문은 모두 ‘주장문’이었기 때문에, 제시문의 성격에 맞게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중심으로 각 제시문의 개요를 잡아 봅시다. 특히 [가] 지문에서 ‘페르소나’나 ‘냉각효과’ 등의 단어를 이해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강의할 때 저는 종종 ‘환문’을 소화에 비유합니다. 소화가 제대로 됐다면, 그 내용물을 내뱉었을 때 있는 그대로 다시 튀어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글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말 뜻을 이해하고 여러분의 표현으로 전환하도록 노력해보세요. 각각의 근거를 정리해보면

[가]의 근거

■ 잘잘못과 관련없이 모든 사람이 감시를 의식하면서 자기를 제약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아를 표출시킬 자유와 인권이 침해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 일상 속에서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서 늘 감시되는 환경에 놓인다.

[나]의 근거

■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이 기업과 정부의 권력을 견제하고 권리침해를 감독하는 역감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 권력자와 대중이 서로를 감시할 수 있게 되므로, 파놉티콘의 일방적 감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요약할 준비가 됐습니다. 그럼 ‘차이점’에 대해 정리해볼까요?
[2022학년도 논술길잡이] "요약·표현을 위해선 글을 쓰고 첨삭받은 경험 필요"
차이점을 정리할 땐 각 제시문에서 지엽적인 내용(핵심이 아닌 내용)이 아니라 전체 맥락을 비교하기 위해 위의 표처럼 각각에서 강조한 핵심 내용을 정리해보세요. 그 이후에 각각에 대응되는 반대 내용이 있는지 생각하면서 비교의 ‘기준’을 잡아봅시다. 내용을 채워보자면, A: 권력기관에 의한 일방적 감시, B: 감시의 양면적 성격 지적, C: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실현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위 표에서 3)의 권리침해는 2)의 부정적 성격의 하위 내용이므로 둘 다 기준으로 잡으면 기술 내용이 겹칩니다. 기준을 여러 개 잡다가 내용이 중복되면 오히려 훨씬 안 좋은 인상을 주게 되므로, 기준 간의 내용이 중첩되지 않는지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답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모범답안]
[가]와 [나]는 현대 정보사회의 감시에 대한 성찰적 내용을 담고 있다. [가]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 공유에 의한 감시체제가 인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잘잘못과 관련없이 모든 사람이 감시를 의식하면서 자기를 제약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자아를 표출시킬 자유와 인권이 침해된 상태에 놓이게 된다. 게다가 일상 속에서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서 늘 감시되는 환경에 놓여 있다. 반면 [나]는 정보화 사회가 쌍방향 감시체제를 보장해 탈파놉티시즘 사회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인터넷의 쌍방향성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시민이 기업과 정부의 권력을 견제하고 권리침해를 감독하는 역감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권력자와 대중이 서로를 감시할 수 있게 되므로 파놉티콘의 일방적 감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394자)

차이점을 정리하자면 두 제시문에서 감시의 방향성과 결과가 다르다. 우선 감시의 방향성에 관해 [가]에서는 감시가 권력기관과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지만, [나]에서는 대중도 참여해 쌍방향의 감시가 실현된다. 따라서 결과도 상이하다. [가]에서는 감시 객체인 인간의 인격과 권리가 근본적으로 침해되는 데 반해 [나]에서는 시민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 (610자) ☞ 포인트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경희대 논술시험은 ‘요약하기’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제시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 정도를 중점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비교와 평가라는 두 요구 사항도 제시문에 대한 이해와 요약이 선행되지 않으면 좋은 답안을 작성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