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플랫폼 경제시대에는 시장설계와 조정이 중요
래리 서머스는 성별에 따라 수학 소질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발언으로 2006년 하버드대 총장에서 물러났다. 레이 피스먼 보스턴대 교수와 티머시 설리반 전 HBR 편집장은 그들의 저서 《시장의 속성》을 통해 그의 부적절한 발언이 처음이 아님을 언급한다. 1983년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로 임명된 서머스는 1991년 세계은행으로 자리를 옮긴다. 수석이코노미스트로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그는 첫 번째 업무의견서에서 세계은행이 독성 폐기물을 배출하는 산업과 쓰레기를 가난한 나라에 더 많이 수출하도록 촉진하자고 주장했다. 시장 이론 맹신의 폐해경제적 논거는 흠잡을 데 없었다. 가난한 국가 사람은 몇 년 더 살기 위한 대가로 지급하고자 하는 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으므로, 건강과 수명을 희생하더라도 유럽과 미국의 부유층으로부터 받은 돈을 쓰기를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공해의 존재 자체가 직접적인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으므로 산업화 수준이 낮은 나라가 부유한 국가의 폐기물과 아황산가스를 일부 가져오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논지였다. 업무의견서가 공개되자 비난이 쏟아졌다.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저널인 이코노미스트마저 ‘그들이 공해를 먹게 하라(Let Them Eat Pollution·1992)’는 기사를 통해 비판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서머스의 이론이 적용된다 하더라도 시장은 예상대로 반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충분한 정보를 가진 의욕적인 참가자들이 존재하고, 교환의 규칙이 엄격하게 집행될 때 가장 잘 작동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가 존재했다. 2006년 네덜란드에 하역 예정이었던 독성 폐기물은 지나친 독성 탓에 하역을 거부당했지만, 코트디부아르에 있는 현지 폐기물 딜러에게 넘겨졌다. 시장이 작동한 것이다. 딜러는 폐기물을 받은 이후 코트디부아르 최대 도시 아비장의 하수관에 그냥 버렸다. 수백 명이 두통과 피부병, 코피에 시달렸지만 보상받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플랫폼 경제와 시장 실패
사진=AFP연합뉴스
사진=AFP연합뉴스
시장은 제대로 작동할 요소들이 갖춰진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와 거래, 계약이 모두 가능하지만 약간의 마찰만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릴 때, 해외여행 도중 잠깐 묵을 숙소를 구할 때 이런 문제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공유경제는 기술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택시 대신 주차된 차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2만원을 받고 태워 줄 수 있는지 아무 마찰 없이 알아볼 수 있는 방식이 존재하고, 자동차 주인 역시 길거리에 2만원을 낼 용의가 있는 사람이 많다는 점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면 효율이 높아질 것이다. 숙박용 단기 임대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 기능이 밀집한 미국 워싱턴DC는 수많은 사람이 짧은 기간 체류하는 도시다. 부처를 들렀다 가기도 하고, 다양한 국제기구 직원이 해외와 사무실을 오간다. 다양한 이유로 워싱턴DC에는 놀고 있는 부동산이 많고, 업무와 관광을 이유로 단기 방문자의 유입이 많다. 이때 방이 필요한 사람과 잠시 방을 비워야 하는 주인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을 조성하면 분명 모두에게 이로운 거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찰은 존재한다. 이는 시장의 기본 원리와 맞닿아 있다. 현실에서 경쟁을 좋아하는 기업은 아무도 없다. 교과서 속 결론처럼 치열한 경쟁은 기업의 이윤 증가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분명 플랫폼 기업들은 기술을 활용해 마찰을 줄이며 효율을 높여 환영받았다. 하지만 그들과 그들의 투자자들이 바라는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마찰을 만들어 내야만 한다. 이익이 큰 사업을 창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고, 이를 모방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이후에는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시장 마찰을 만들어 낼 목적으로 기술을 사용한다. 이상적 시장 구현을 위한 노력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시장은 자원을 배분하는 하나의 도구며, 사회에 활용돼 유익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일에 좋은 것은 아니다. 플랫폼 기업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소소한 수정과 보완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그 힘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시장 설계가 필요한지 고민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의 규제가 필요한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고민의 순서가 이와 같지 않으면, 소상공인은 도와주고 싶으면서도 플랫폼은 규제하고 싶은 단편적인 이분법적 고민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시장을 올바르게 이용하지 못하면 결국 시장에 이용당하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