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 엥겔지수
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의 비중
獨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고안
국민소득 늘수록 떨어지는 게 정상
1분기 엥겔지수 고공행진 '13.3%'
코로나 사태로 외식·외출 급감하고
폭염·한파에 밥상물가 급등한 영향
1875년 근로자 가계지출 통계를 들여다보던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은 저소득층일수록 지출 총액에서 식료품비의 비율이 높고, 고소득층일수록 낮아진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는 이 현상을 자신의 이름을 따 ‘엥겔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라고 이름 붙였다.가계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의 비중
獨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고안
국민소득 늘수록 떨어지는 게 정상
1분기 엥겔지수 고공행진 '13.3%'
코로나 사태로 외식·외출 급감하고
폭염·한파에 밥상물가 급등한 영향
엥겔의 법칙이 나타난 원인은 식료품의 특성 때문이다. 식료품은 소득이 많든 적든 반드시 일정량을 소비하게 된다. 다른 건 다 줄여도 먹는 것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돈이 많으면 비싼 산해진미를 마음껏 먹을 수는 있겠지만 무한정 섭취할 수도 없다. 일정 수준 이상을 소비할 필요가 없는 상품이기도 하다. 통상 엥겔지수가 20% 이하면 상류층, 25~30%는 중류층, 30~50%는 하류층, 50% 이상이면 극빈층 등으로 분류한다. 가계 소비의 13.3%, 먹는 데 썼다국내 엥겔지수가 2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분기 가계의 국내 소비 지출액은 217조7558억원(명목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식료품과 비(非)주류음료 지출은 29조16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1분기 엥겔지수는 13.3%였는데, 지난해 4분기보다 0.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분기 기준으로 2000년 2분기의 13.5% 이후 가장 높았다.
보통 엥겔지수는 국민 소득이 높아질수록 하락한다. 소득이 늘어날수록 먹거리보다는 문화·여가 생활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엥겔지수는 1990년 20%대에 달하던 것이 2019년 11.4%로 꾸준히 내려갔다. 하지만 지난해 12.9%로 반등한 데 이어 올 들어 더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식과 외부 활동을 자제한 동시에 ‘밥상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1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 물가는 1년 전보다 8.2% 급등했다.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잦은 태풍이 이어졌고 올초 한파와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치면서 식자재값이 많이 뛰었다. 엥겔지수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은의 통계지표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식당과 숙박업체, 영화관과 헬스장 등의 상황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1분기 음식·숙박서비스업 지출은 18조4901억원으로 2013년 4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락·스포츠·문화비 지출은 12조6700억원으로 2013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엔젤지수·지니계수 들어보셨나요 엥겔지수와 정반대 경향을 보이는 것이 엔젤지수(angel coefficient)다. 엔젤지수는 가계 소비지출에서 자녀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교육비에는 학교 수업료, 학원비, 과외비 등은 물론 용돈, 장난감 구입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영·유아 관련 산업을 ‘엔젤산업’이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통상 엔젤지수는 소득이 높을수록 올라간다.
‘부(富)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하는 소득분배 지표로 지니계수, 소득 5분위배율, 상대적 빈곤율이라는 것도 있다. 지니계수는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됐는지를 보여주는데,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갖는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 상태라는 뜻이다.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지니계수는 대부분 평균 0.3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소득 5분위배율은 부유층 소득이 빈곤층 소득의 몇 배인지를 가리킨다.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상대적 빈곤율은 빈곤 위험에 처한 인구의 비중을 의미한다. 소득이 중위소득의 절반도 안 되는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