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고용률·실업률 동반상승의 비밀

대공황에 주민 4분의3 실업자
실업보험으로 생계 유지했지만
마을 전체가 무기력에 빠져

경제 성장하고 기업이 늘면
좋은 일자리 자연스레 증가
지난 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공사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생들이 거리를 띄운 책상에 앉아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기업은 보수도 좋고 안정적이어서 이날 기계직 경쟁률이 153 대 1을 기록하는 등 치열한 입사 경쟁이 벌어진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대구도시철도공사 신입사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응시생들이 거리를 띄운 책상에 앉아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공기업은 보수도 좋고 안정적이어서 이날 기계직 경쟁률이 153 대 1을 기록하는 등 치열한 입사 경쟁이 벌어진다. 연합뉴스
실업(unemployment) 개념은 제법 복잡해서 한마디로 ‘뭐다’라고 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실업률을 알려면 기본적으로 총인구 수, 생산가능인구 수(15세 이상), 14세 이하 인구 수, 경제활동인구 수, 비경제활동인구 수, 취업자, 실업자를 분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실업이 발생하는 이유와 형태도 복잡하죠. 우리는 실업의 종류 중에서 비자발적 실업(일할 능력과 현재의 임금 수준에서 일할 의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수요 부족으로 취업 기회가 없는 것)을 협의의 의미에서 실업으로 많이 부릅니다. 아버지 형 오빠 누나 언니 삼촌이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졌는데도 집에서 쉬고 있는 경우죠. 경제학자 존 매이너드 케인즈는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상태를 ‘완전고용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모든 나라의 정부는 실업자가 많은 것보다 적은 것을 선호합니다. 일할 능력과 의사를 가진 모든 사람이 직장에서 일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국가가 좋은 나라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할 능력이 있지만 현재의 임금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서 실업 상태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고, 현재의 직종을 바꾸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고, 더 나은 직장을 잡기 위해 실업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는 자발적 실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의 다양성이 만들어 내는 좋은 실업이라고 해도 될까요?

마리엔탈 마을의 교훈…개인과 사회를 와해시키는 실업
개인 차원을 벗어나 실업을 더 늘리는 요인도 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제가 실업을 늘린다고 보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됐을 때 실업률이 올랐던 것 혹시 기억하세요? 정부가 임금 소득을 늘려주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린 결과, 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사업자가 직원을 내보냈습니다. 영세 업종에서 이 같은 현상은 두드러졌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알기 때문에 임금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해진다면 임금(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간다’고 봅니다. 기업은 크든 작든 상관없이 그 수준에 맞는 임금을 제시하게 돼 있습니다. 시장 임금이죠. 정부가 개입해 시장 임금을 인위적으로 올려놓으면 기업은 부담 탓에 해고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저임금제는 소득을 높여주자는 ‘선한(?)’ 의도를 지녔지만, 실업 증가라는 ‘악한(?)’ 결과를 낳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최저임금이 정해지면 기업은 그 수준에 맞춰 임금을 책정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해입니다. A라는 기술자를 여러 기업이 원하면, 이 기술자는 가장 높은 임금을 제시한 기업에 갈 것입니다. 적게 주었다간 기술자를 빼앗기게 되죠. 노동 수준에 맞는 적정 임금이 정해지는 이치죠.

실업을 줄이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좋은 일자리가 많이 나오게 하면 되죠. 즉,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이 늘어나면 됩니다. 이렇게 하려면 정부가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기업이, 시장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하면 되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사업화될 수 있도록 규제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해외 자본이 한국으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법인세 등을 낮추는 유인책도 실업을 줄이는 수단입니다.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해 고용과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입니다.

높은 실업률은 개인과 사회를 망칩니다. 몇 가지 에피소드를 볼까요?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1844~1900)는 일의 중요성을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썼습니다. “직업은 우리 생활을 지탱해 주는 기반이 된다. 기반이 없다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일에 종사한다는 것은 우리를 악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쓸데없는 망상을 품는 것조차 잊게 만든다. 기분 좋은 피로와 보수까지 선사한다.” 사람이 일자리를 잃으면, 삶의 기반을 잃고 악의 구렁텅이에 빠지기 쉽고, “뭐 훔칠 게 없나” 하는 망상을 품게 된다는 거지요.

실업은 ‘월 피플(wall people)’을 만들어 냅니다. 담벼락에 기대 거리를 지나는 사람을 쳐다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벽에 기대 있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분노에 차 있습니다. 이 말은 알제리의 청년 실업 상황을 묘사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남쪽에 있는 ‘불황의 마을’ 마리엔탈 마을 이야기도 실업 상태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줍니다. 방적 공장이 많았던 이 마을에 1930년대 대공황 여파가 미치자 주민의 4분의 3이 실업자가 됐습니다. 정부는 실업보험 혜택을 주었습니다. 어떤 일이라도 하면 실업보험 대상에서 제외됐어요. 실업 급여를 받아 생활은 유지가 됐지만 마을은 무기력 늪에 빠졌습니다. 실업 급여에 취한 마을은 일할 의욕이 없는 마을로 전락했습니다.

실업은 개인과 가정을 우울증에 빠뜨립니다. 경제학은 실업률을 높이는 불황을 ‘디프레션(Depression)’이라고 부릅니다. 심리학에서 쓰이는 용어죠. 실업은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일자리를 늘리는 주체는 정부가 아니라 시장과 기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임금소득을 높여주려는 최저임금제가 왜 일자리를 줄이는지 토론해보자.

②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어떤 정책을 써야 하는지 알아보자.

③ ‘월 피플’ ‘불황의 마을’ 마리엔탈 이야기를 찾아보고 실업의 사회학적 측면을 이야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