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문 형태를 유지하면서 문장을 수습할 수도 있다. 주체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식으로 문장 전체의 주어('게')를 주고 '전망'의 주체인 '전문가들'을 살리면 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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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우리말 문장을 왜곡하는 사례를 좀 더 살펴보자. 관형어를 많이 쓰면 필연적으로 명사구 남발로 이어지고, 이는 문장의 리듬을 깨고 글을 허술하게 만든다. 부사어를 살려 쓰면 동사·형용사가 활성화돼 문장의 구색이 갖춰지고 글에 운율이 생긴다. 짜임새 있는 문장은 그 자체로 힘 있고 매끄럽다. 주어와 서술어 호응하지 않아 비문관형어를 남발하는 현상은 다양하게 발생한다. 다음 문장을 비교해보자.

①그는 내일 떠날 ‘계획이다’. ②그는 내일 떠날 ‘전망이다’. 흔히 볼 수 있는 명사문인데, 두 문장은 비문 여부의 판단이 좀 다르다. ①은 서술어가 주어의 동작, 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동사문으로 바꾸면 ‘그는 내일 떠나려고 계획하고 있다’로, 이게 기저문장이다. 그에 비해 문장 ②의 서술어 ‘전망이다’는 주어 ‘그’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①과 같이 ‘그는 내일 떠나려고 전망하고 있다’로 해선 의미전달이 되지 않는다. ‘전망’의 주체는 제3의 누군가로 인식되는데, ‘그’가 주어인 문장에서 서술어로 행세하고 있으니 마치 머리 따로 꼬리 따로인 셈이다. 비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오류는 글쓰기에서 흔히 일어난다.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아파트 분양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물가가 오를 전망이다’, ‘대북 관계가 악화될 전망이다’ 등이 모두 바른 표현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망이다’ 부분을 ‘~ㄹ 것으로 보인다’, ‘~ㄹ 것으로 전망된다’, ‘~ㄹ 것으로 예상된다’처럼 피동형으로 바꿔 동사문으로 써야 바른 문장이 된다.

명사문 형태를 유지하면서 문장을 수습할 수도 있다. 주체를 드러내는 방식을 통해서다.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식으로 문장 전체의 주어(‘게’)를 주고 ‘전망’의 주체인 ‘전문가들’을 살리면 된다. 실제 내용에 따라 ‘전문가들’ 자리엔 특정인이나 업계 같은 말이 올 수도 있다. 다른 명사문도 같은 방식으로 문장을 바르게 쓸 수 있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예 주체를 주어로 삼는 것이다. 그러면 ‘전문가들은 수출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가 된다. 이것이 본래의 기저문장인 동사문이었을 것이다. 가장 안정적이고 탄탄한 구성을 갖춘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주체 살려 쓰면 문장도 바르고 리듬 생겨관형어 대신 부사어를 쓰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 문장에 리듬이 살아나고 구성이 더 긴밀해진다. 다시 실전에서 응용해 보자. “최근엔 대도서관, 박막례 할머니 등 기존 인기 유튜버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창작자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짤막한 문장이지만 읽다가 거슬리는 곳이 있을 것이다. 관형어가 연속 나열된, ‘다양한 분야의 새로운~’ 부분이다. 당연히 글이 늘어진다. 관형격 조사 ‘의’를 부사어로 바꿔보자. 그러면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창작자들이~’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간단한 변화 하나로 글에 리듬을 주면서 문장을 탄탄하게 구성할 수 있다. 미세한 차이인 것 같지만 이런 것들이 문장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잣대가 된다. 이들이 모여서 글 전체의 품질, 가치를 끌어올리게 되므로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소니의 최근 실적 개선의 밑바탕에는 이미지센서 반도체 기술이 있다.” 이런 문장은 어떨까? 주어부에 관형어가 나열돼 문장이 망그러졌다. 원래는 ‘주어-서술어’ 구성으로 된 관형절이다. “소니가 최근 실적 개선을 이룬 밑바탕에는~”이라고 써놓고 보면 문장 완성도가 확실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주체를 살려 쓰면 글에 힘이 붙고 의미도 명료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