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안도감은 관음증에 가깝다고 말한다.
[생글기자 코너] 퓰리처상 사진전과 《타인의 고통》
최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퓰리처상 사진전을 관람했다.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보도·문학·음악상이다. 저명한 언론인 J 퓰리처의 유산 50만달러를 기금으로 1917년 창설됐다. 언론 분야는 뉴스·보도사진 등 14개 부문, 문학·드라마·음악 분야는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번 사진전에는 1942년부터 2020년까지의 보도부문 수상작 134점이 전시됐다. 몇몇 작품은 당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며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졌다.

1973년 닉 우트의 ‘그녀는 울고 있었고, 나는 물을 부었습니다’란 작품은 네이팜탄으로 불타버린 폐허 속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울부짖으며 뛰어오는 나체의 어린 여자아이 모습을 담았다. 이 사진은 전쟁 중에는 그 어디도 안전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네이팜탄 사용 금지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33년 케빈 카터의 ‘수단의 굶주린 소녀’란 작품은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굶주린 소녀가 땅 위에 쓰러져 있고, 독수리 한 마리가 소녀의 뒤에 앉아 죽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이 사진이 뉴욕타임스에 게재되자 수단의 기아 문제가 세계적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사람들은 “쓰러져가는 소녀를 구하지 않고 촬영만 했다”며 그를 맹렬히 비판했고,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전을 감상하며 당시 사람들이 케빈 카터에게 느꼈던 불편함을 필자도 똑같이 느꼈다. 사건·사고를 기록하고 보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발코니에서 추락하는 순간을 촬영하는 등 무책임해 보이는 사진이 많았다. 무엇보다 불편했던 것은 내가 그 사진들에 담긴 폭력과 충격을 소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책이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이다. 그의 전작 《사진에 대하여》에 이어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해 설명한다. 동시에 우리가 전쟁과 폭력을 담은 사진을 소비하는 태도를 비판한다.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이 자신과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오는 안도감은 관음증에 가깝다고 말한다.

타인의 고통을 보고 연민을 느낀다 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면 냉소적이게 되고 무감각해진다.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전쟁과 폭력 같은 타인의 고통을 접하고 연민을 느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해 하고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송정효 생글기자(신일여고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