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은 원래 어린아이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거기서
의미용법이 확대돼 지금은 '특정한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그 횟수를 세는 단위'로도
많이 쓰인다. 이 '돌'과 '주년' '주기' '회' '번째' 등의 용법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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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이 이번 호로 700호를 맞았다. 햇수로는 2005년 6월 창간호를 냈으니 만 16년 가까운 세월을 쉼없이 달려온 셈이다. 오는 6월 7일이 생글생글이 세상에 첫선을 보인 지 꼭 16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16주년’이라고도 하고 ‘16돌’이라고도 한다. ‘주년’은 ‘돌’과 같은 말, ‘회’는 ‘번째’와 같아‘돌’은 원래 어린아이가 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가 되는 날을 가리키는 말이다. 거기서 의미용법이 확대돼 지금은 ‘특정한 날이 해마다 돌아올 때, 그 횟수를 세는 단위’로도 많이 쓰인다. “올해(2021년) 10월 9일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5돌이 되는 날이다”라고 한다. 이 ‘돌’과 ‘주년’ ‘주기’ ‘회’ ‘번째’ 등이 모두 차례나 횟수, 기간 등 비슷한 의미를 띠는 말이라 그 용법을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주년(週年)’은 1년을 단위로 돌아오는 돌을 세는 단위다. 가령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가 열린 것을 기념해 다음 해에 행사를 열었다면 ‘월드컵 1주년 기념 행사’다. 이를 자칫 2주년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주(週)’가 돌아오다, 되풀이하다란 뜻이다.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행사이니 1주년이 되는 것이다. 요체는 주년을 따질 때 ‘기준이 되는 해는 세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주년은 ‘돌’과 같은 말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1년이 지나면 ‘첫돌’ 잔치를 여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2000년 4월1일 태어난 사람이라면, 올해(2021년) 4월1일 생일이 만 21년, 즉 21주년 생일이다. 이를 “스물한 돌”이라고도 한다.

‘돌’은 어원적으로 ‘돐’이 변한 말이다. 예전에는 ‘돌’은 생일에 쓰고, ‘돐’은 ‘한글 반포 500돐’처럼 ‘주년’의 의미로 세분해 썼다. 하지만 그런 구별은 인위적일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불필요한 것이라 ‘돐’을 버리고 ‘돌’ 하나로 통일했다. 1988년 고시한 현행 표준어규정 제6항에 따른 것이다. 구별의 의미가 거의 사라진 단어는 한 가지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다. 지금도 간혹 이를 ‘돐’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까닭은 그런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터울’은 형과 아우의 나이 차이를 이르는 말이에 비해 ‘회(回)’는 ‘번째’와 같은 말로, 차례나 횟수를 나타낸다. 따라서 ‘회/번째’는 기준이 되는 해를 포함해 따진다. 예를 들어 작년(2020년) 3월10일에 OO포럼이 발족해 기념식을 열었다면 당시가 ‘제1회 포럼’이고, 올해(2021년) 3월10일은 ‘제2회 포럼’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 번째 포럼’이라고 해도 된다. 그러나 이를 ‘주년’으로 말하자면 2021년 3월10일이 ‘OO포럼 1주년’이 되는 것이다. 또는 ‘OO포럼 한 돌’이기도 하다. 2011년 결혼한 부부라면 지난해(2020년)가 ‘결혼 10년째’이고 2021년은 ‘결혼 11년째’, 즉 ‘결혼 10주년’이다.

이제 응용을 해보자.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정부는 1981년 유엔의 ‘세계 장애인의 날’ 선포에 맞춰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그해 제1회 기념행사를 열었다. 올해는 몇 주년이고, 기념행사는 몇 회째일까? 제41회 ‘장애인의 날’이다. 이를 ‘주년’으로 따지면 ‘제40주년 장애인의 날’이 된다.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기사심사부장 hymt4@hankyung.com
비슷한 형태인 ‘주기(週期)’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3년 주기로 이사를 다녔다”처럼 쓰는 이 말은 영어의 ‘사이클(cycle)’에 해당하는 말이다. 간혹 이를 “3년 터울로 이사를 다녔다”라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터울’은 한 어머니에게서 난 형과 아우의 나이 차이를 이르는 말이다. “형과 나는 두 살 터울이다”처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