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공공배달앱인 전북 군산시의 ‘배달의명수’가 부진을 겪고 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민간배달앱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코로나19 특수로 전체 배달 시장이 1년 새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커진 것과 대조적이다. 공공배달앱에 특별한 문제라도 있는 것인가. 아니면 배달앱 서비스에서도 ‘공공’의 사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공공앱 부진은 배달의명수만의 현상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780여 개에 달하는 전국 공공앱 가운데 187개가 폐기 대상이다. 행안부의 ‘성과측정’ 결과다. 행안부는 해마다 다운로드 횟수, 이용자 수, 업데이트 여부, 만족도, 관리 상태 등을 평가해 폐기 대상 앱을 정한다. 부진한 공공앱을 없애지만 끊임없이 새로 생겨난다. 지방자치단체가 과욕을 부리는 탓이다. 택시앱 가운데 생생한 실례가 있다. 강원 춘천시가 적지 않은 혈세를 투자해 ‘스마일콜택시’라는 앱을 개발했지만 민간택시앱과 제대로 경쟁도 못한 채 폐기 결정이 났다. 다른 지자체에도 공공택시앱 실패 사례는 많다. 그럼에도 공공앱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공공’ 간판을 내건 사업이 늘어나고 있다. 곳곳의 공공 사업은 계속 용인할 만한가. 투자를 확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찬성] 경제적 약자 위한 공공앱 효과 부족해도 장기적으로 투자 늘려야중앙정부나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앱 사업에 나서는 기본 이유를 봐야 한다. 국민과 시민에게 보다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선한 의도인 것이다. 예를 들어 택시를 부르는 공공택시앱은 민간택시앱의 독점 및 과점을 막기 위한 것이다. 경기 성남시의 ‘성남예스콜’을 비롯해 서울시의 ‘지브로’와 ‘S택시’가 다 그런 사례다.성과가 조기에 나지 않은 것만으로 공공의 사업 자체를 부인해서는 곤란하다. 서울시가 공공택시앱 개발에 10억3000만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고, 성남시와 춘천시(스마일콜택시) 또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결과와 성과물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원시의 경우 택시앱에 투입한 공적 자금은 1억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투입비용이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
공공앱이 민간앱처럼 효율성만 추구하기는 어렵다. 서비스가 조금 처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공앱이 사회적 소외 계층과 경제적 약자 지원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게 아니다. 따라서 고도의 자본이 집중되고 인적 자원이 몰려 있는 민간앱과의 직접 비교나 경쟁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공공앱은 서비스 경쟁이나 개발 혁신에 나서는 데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하루하루의 서비스 상황 점검과 사후관리를 민간부문과 똑같이 하기엔 구조적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울시의 제로페이 개발 및 확대 노력 등을 비롯해 공공부문의 사업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가 제로페이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2년간에 걸쳐 165억원이다. 잘 개선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신용카드 수수료 절감액(같은 기간 19억6000만원)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역경제 활성화 기여도 등도 함께 연구해나가야 한다. 공공의 역할 확대는 담당 공무원들의 권한 강화나 생색내기가 아니라 약자 지원 성격이 강하다. [반대] 막대한 혈세 투자에 성과는 미미 실패에 책임도 지지 않아공공배달앱이 어떻게 시작됐나. 민간배달앱인 배달의민족이 그동안 투입한 연구개발비 등을 조금씩 회수하기 위해 수수료를 올리려다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자,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경쟁적으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하는 민간앱과 애초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민간앱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구와 서비스 혁신에 사운을 걸고 있다. 공공앱은 실패해도 문책당하는 공무원이 없지만, 민간은 사업에 실패하면 부도로 ‘패가망신’하는 것이다. 만들어놓기나 할 뿐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는 공공앱이 몇이나 되나. 또 하나 ‘보여주기 행정’의 결과물일 뿐이다.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가 돼도 행정안전부의 ‘앱 퇴출 결정’ 정도로 끝이다.
2016~2019년 4년간 성과 부진으로 폐기된 공공앱만 91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제작비용이 파악된 것이 666개고, 그 액수는 394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날린 세금을 좀 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개발과 확대를 위해 2년 동안에만 165억원을 썼다. 하지만 소상공인의 수수료 절감액은 업소당 연간 1만원 미만에 그쳤다는 분석이 있다. 성과라고 할 만한 신용카드 수수료 절감액은 20억원도 안 된다. 이게 무엇을 말하나. 지난해 초 선보인 군산시의 배달의명수도 출시 1년이 다 돼가는 현재 이용자는 월 1만 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제액도 한 달 7억~9억원에 불과하다. 차라리 앱 개발비용을 저소득층의 식품 지원으로 돌리는 게 훨씬 낫다.
지역 정치인들 생색내기에만 도움될 뿐이다. 사업성 평가도 없이 ‘묻지마 투자’가 공공앱 사업에 퍼져나가는 정도가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관치경제’ 확대로 인한 민간경제의 심각한 위축이다. 공공앱 사용이 불편하다는 고객과 가맹점의 불만이 커져가는 것이나, 그런 상황에도 업데이트가 잘 안 되고 고객센터 대응마저 부실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 생각하기- '공공' 내건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 봐야 … '민간'이 못하는 일에 집중이 바람직 배달앱을 비롯한 공공앱 사업은 시작 취지와 현실이 달리 가고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가 벌이는 전국 공공배달앱 실태조사를 일단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시장이 잘할 수 있는 일을 공공부문이 나서는 것은 선거 때 표를 염두에 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정치적 계산도 한몫하는 것 같다. 3월 선보일 공공배달앱만 해도 ‘배달의진주’(진주시) ‘씽씽여수’(여수시) ‘배달모아’(제천시) ‘광주형·대구형·세종시 모델’ 등 줄을 서고 있다. 이들은 과연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을 것인가.
민간과 경쟁하는 분야에서 ‘공공’ 간판을 내건 사업은 거의 다 비슷한 길을 갈 공산이 크다. 진정 경제적 약자에게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의 찬사를 받게 될까. 세금으로 민간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는 없나. 민간 사업을 구축(驅逐·몰아내기)하면 국민 전체의 후생과 행복을 줄일 수도 있다. 공공은 민간이 할 수 없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공공 사업 실패로 인한 혈세 낭비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