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 양회(兩會)
올 정책방향 정하는 中 최대 정치행사
입법권 가진 권력기관 '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 역할 '정협' 함께 열려
내수 진작·기술 자립·인프라 확충
시진핑 장기집권 기반 마련 집중할듯
중국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공개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개막했다. 해마다 3월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회는 우리나라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국정 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가리킨다. 그해 중국의 주요 정책방향이 양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매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다.올 정책방향 정하는 中 최대 정치행사
입법권 가진 권력기관 '전인대'와
정책 자문기구 역할 '정협' 함께 열려
내수 진작·기술 자립·인프라 확충
시진핑 장기집권 기반 마련 집중할듯
중국 올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공개
전인대는 지난 5일, 정협은 4일 시작했으며 열흘 넘게 이어진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시달린 중국은 이례적으로 양회를 5월로 미룬 적이 있다. 양회가 끝날 때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내놓지 않았다. 올해는 양회 일정을 3월로 원위치했는데,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포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봄마다 열리는 전인대·정협 어떤 역할전인대는 중국의 최고 국가권력기관으로 국가의사결정권, 입법권 등을 갖고 있다. 전인대에서 총리는 업무보고를 통해 전년도 경제상황을 정리하고 그해 경제정책과 사업계획을 발표한다. 정협은 중국 공산당이 정책을 결정할 때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 자문기구다. 전인대에 각종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직접 법을 제정하거나 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양회의 역사는 60~7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협은 마오쩌둥의 사회주의 국가 선언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한 1949년에 처음 개최됐다. 전인대는 중화인민공화국 헌법이 제정된 1954년 시작했다. 정협과 전인대는 한동안 시기를 달리해 열리다가 1959년부터 함께 개최되고 있다. 과거 양회는 공산당 뜻에 거수기처럼 따르는 ‘요식행위’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양회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국을 넘어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14차 5개년(2021~2025년) 계획이 승인될 예정이다. 여기에 “2035년 국내총생산(GDP)을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또 시 주석이 ‘중국식 사회주의’를 통해 빈곤 퇴치와 코로나19 극복을 이끌었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홍보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중국의 역량을 총결집하는 자리라는 설명이다.
중국에선 이번 양회를 시작으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빅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오는 7월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이하고, 내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내년 10월에는 시 주석의 재집권 여부를 결정하는 공산당 전당대회가 잡혀 있다.
외교 소식통은 “양회를 앞두고 중앙·지방 고위급 관리가 무더기로 교체되면서 시 주석 체제가 공고해진 상태”라며 “시 주석 중심의 자립경제로 세계 최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구상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률 목표 몇%로 제시할지 관심미국의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에 대응해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 자주적 산업망 구축 등 독자생존에 초점을 맞춘다는 구상이다. 사회 인프라 투자 확대, 도시권 교통망 구축, 신에너지·가전 소비 진작, 출산율 제고, 정년 연장 등의 다양한 정책 카드도 양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양회에서는 6~8% 수준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사회과학원은 이 나라 잠재성장률을 5~6%로 보고 있는데, 올해는 지난해 경제가 부진했던 기저효과에 힘입어 7.8%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KOTRA는 “올해 양회는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자 14차 5개년 계획의 첫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중국은 적극적 재정정책을 유지하되 과학기술 역량 강화와 내수시장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