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72) 러다이트 운동과 AI
[테샛 공부합시다] 인간과 AI…상호보완 관계인가, 대체 관계인가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세상을 떠난 한 가수의 목소리와 생전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재현해 관심을 모았다. 인공지능이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것은 이미 옛날얘기처럼 들린다. ‘인공지능 vs 인간’의 대결 구도는 이제 일상이 된 듯하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거의 모든 부문에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심화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생기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1차·2차·3차 산업혁명을 겪은 인류에게 이러한 논쟁은 항상 발생하였다. 러다이트 운동18세기 산업혁명 시기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사건이 있었다. 러다이트 운동 또는 기계파괴운동이라고 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공장 내에서 숙련된 근로자들이 잘하는 영역에 특화·분업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제 수공업이 주류였다. 숙련공들은 도제식 교육을 통해 인력을 육성하고 생산을 지속하면서 경제 생활을 영위하였다. 영국에서 발생한 산업혁명은 이런 패턴과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방적기, 직조기 등은 실을 만들거나 옷감을 짜는 데 필요한 인력을 줄이는 대신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석탄, 철도 등 관련 산업을 대규모로 키워냈다. 자본가들은 공장에 기계를 대량으로 배치하여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인간이 하던 업무를 기계가 대체하자 이를 지켜본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사라진다면서 분노하였다. 반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공장을 운영하는 자본가 및 관련 종사자들의 부는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소득 불균형이 과도기적으로 발생하였다. 러다이트 운동은 이런 전환기 사회적 분위기에서 발생하였다. 하지만 역사를 되짚어보면 인터넷 등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반도체 공장과 같이 대규모 투자와 질 좋은 고용을 낳았다. 단순 노동의 일자리는 줄어들었지만 좋은 일자리가 생겨 인간의 삶을 풍족하게 했다. 보완관계 vs 대체관계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 인간과 AI의 관계는 달라진다. 효용의 관점에서 인간과 AI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면 대체관계다. 인간이 하던 업무를 AI가 대체하게 되면서 구조적 실업이 발생하는 등 일자리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AI와 인간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AI를 만든 것도 인간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면서 생산성도 늘리고 관련 산업 규모가 커지면 일자리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인간과 AI를 보완관계로 본 것이다. 인간과 AI기술을 결합하여 생활의 편리성도 높이고, 절약한 시간을 통해 인간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면서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가령 자율주행기술이 발전하면, 인간이 운전하는 시간에도 다른 업무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인간과 AI가 함께 하면 더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다. 일자리와 실업 문제AI,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 산업에 기반을 둔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불분명하다. 인간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정보기술을 다루는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에 적응하지 못한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거부하면 도태될 뿐이다. 기술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물론, 이때 소외된 근로자들을 위해 정부가 직업전환 같은 지원제도를 마련할 수 있다. 단순 암기, 분석, 계산 등의 영역은 인간보다 AI가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교육과정 개편과 직업교육은 필수다. 초연결 시대를 추구하는 산업 변화에 맞춘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필요한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와 실업 문제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